[김진홍 칼럼] 북한인권 개선, 말만으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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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북한인권 개선, 말만으론 안 된다

입력 2017-07-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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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긴 수백개 과제 중 ‘북한인권재단 조기 출범’이 눈길을 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 재단은 지난해 9월 만들어졌어야 했다. 재단 설립과 운영을 규정한 북한인권법이 작년 3월 국회에서 통과됐으나 시행일은 공포 6개월 뒤이기 때문이다. 설립 목적은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남북 인권 대화와 인도적 지원 등 북한인권 증진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개발을 위해서’다. 재단 이사는 12명이다. 통일부 장관이 2명,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와 그 외 교섭단체가 각각 5명씩 동수로 추천한다. 북한인권법 제정 당시 정당 추천 몫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5명, 더불어민주당 4명, 국민의당 1명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추천 자체를 거부해 구성이 지연돼 왔다. 그때 민주당 내에선 북한인권 거론이 내정간섭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그랬던 세력이 5·9대선에서 이기자 선회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통일부는 재단 이사진을 원점에서 다시 구성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여당인 민주당이 5명, 그리고 나머지 5명을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추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재단이 출범하면 북한인권보다 대북 인도적 지원에 치중할 듯하다고 전망하지만 기우(杞憂)일 것 같다. 재단 설립 목적상 김씨 왕조 3대 세습 체제하에서 혹독한 고통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태 조사를 피해갈 방법이 거의 없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신(新)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간 존중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규범은 한반도 전역에서 구현돼야 한다”고도 했다.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 재직 때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한 것과 비교할 때 큰 변화라고 하겠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북한인권법 제정은 미국보다 훨씬 늦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과 인도적 지원, 탈북자 보호 등을 위해 2004년 만들어졌다. 미국 의회 및 정부가 북녘의 우리 동포들이 겪고 있는 고초를 덜어주려 우리보다 12년이나 앞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건 부끄러운 사실이다. 문재인정부와 여당은 2005년 우리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처음 발의되고 제정될 때까지 10년 넘도록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대로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설치와 북한인권증진 기본계획 수립,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자료 및 정보 수집과 연구 등을 담당하는 북한인권기록센터 설치에 박차를 가해야 옳다. 그렇게 해도 김정은에게 인권 증진의 필요성을 깨닫게 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친인척을 포함해 수백명의 핵심 간부를 처형하거나 숙청하는 등 공포정치를 펴고 있다. 아직도 정치범수용소과 노동교화소에 10만여명이나 갇혀 있다고 한다. 기아에 시달리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문재인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자유권적·생존권적 기본권 보호에 다른 어떤 나라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적극 나서야 한다. 김정은 정권의 인권유린 실태를 조금이나마 개선하려면 말뿐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압박 강도를 높여가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혹은 군사회담이나 적십자회담을 성사시키려 김정은 눈치를 살피며 오락가락해선 안 된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데다 피해 당사자들은 우리 동포 아닌가. 일관된 원칙을 견지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김정은 정권이 억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 6명의 조기 송환 노력도 배가하기를 기대한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숨진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 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들이 주목받고 있으나 여전히 살아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지금이라도 북한 당국에 조기 석방을 촉구하는 등 그들이 자유 대한민국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인권에 관한 한 중국 정부에 대해서도 할 말을 했으면 좋겠다. 중국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헌신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가 지난 13일 숨을 거두자 세계적으로 애도를 표명하고, 시진핑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침묵했다. 사드(THADD)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이다. 잘못된 판단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를 이끌어내기는커녕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체면만 구겼다. 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 출신이다. 당당해야 한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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