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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칼럼] 지금은 北정권교체도 언급할 때다

입력 2017-08-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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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대행소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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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한반도 위기설이 불거졌다. 지난 4월에 미국의 북폭설이 돌더니만, 이번엔 8월 위기설이다. 북한의 7·2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이어 8월 중 6차 핵실험 전망까지 나온다. 한·미도 중순부터 대규모 연합 훈련을 한다. 위기설의 배경이다. 위기설을 더 실감나게 하는 건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미 정부 사람들에게 북한 붕괴 이후 상황에 미·중이 합의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군·정보기관의 책임자들이나 싱크탱크 전문가들의 입에서는 북한 타격·붕괴, 김정은 제거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어지러운 한반도 정세는 크게 두 축으로 돌아간다. 하나는 북한 도발과 이에 대응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우리에겐 치명적 사안인데 정작 우리 목소리는 국내에서만 맴돈다. 남북과 미·중이 링에 올라 편 갈라 싸우는 데, 당사자 한국은 한 쪽에 우두커니 서 있는 듯한 형국이다. 북한의 경고나 성명에서 한국은 아예 빠져 있다. 김정은은 워싱턴만 상대한다. 미국은 중국을 탓하면서 동맹국보다는 ICBM에만 초점을 맞춘다. 중국은 북·미 간 일이라고 우긴다.

다른 하나는 미·중의 세계 전략이다. 이건 아예 우리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이다. 2차 대전 이후 태평양을 배타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미국, 이젠 태평양의 서쪽 반은 자기네가 관리하겠다는 중국. 두 강대국의 전략이 부딪히는 지역 중 한 곳이 한반도다. 사드 충돌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드러난 한 사례일 뿐이다. 그러니 미·중의 정책결정자들이 ‘거대한 체스판’에서 게임을 하면서 한국의 이익에는 둔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의 핵심 문제를 워싱턴과 베이징이 결정하게 되는 구조다. 처량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고착화 되면 이른바 ‘코리아 패싱’은 가벼운 걱정거리일 정도다. 구한말이나 광복 직후, 휴전 협정 때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어떻게 나눌까, 자국 이익을 어떻게 극대화시킬까 요리하는 상황까지 치닫지 않을까 걱정된다. 키신저의 말은 본질적으로 그런 것까지 상정한 것일 게다. 상황이 이런데도 내부의 사드 갈등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더 화를 키우는 정부의 관리 능력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이 시점에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상황을 잘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물론 핵과 전쟁 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베를린 구상의 취지는 맞다. 북한과의 대화론 자체를 폐기하는 것도 옳은 방향은 아니다. 하지만 이건 상대방과 주변국이 얽혀 있는 정책이다. 상황과 조건이 맞지 않으면 다른 현실적 카드를 써야 한다. 북한이 핵과 ICBM의 완성단계에 와있는 지금, 현실적 카드는 단순 압박을 넘어서야 한다. 북한 붕괴나 김정은 제거, 북한정권 교체 같은 시나리오도 공개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다. 대화론은 당분간 서랍 속에 둬야 한다. 여건이 호전되면 다시 대화 로드맵을 꺼내 작동시키면 된다. 현 상황에서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강경 대치 속에 비밀대화가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다.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쿠바 사태를 해결하려고 미·소가 보여준 비밀대화는 좋은 사례다.

문재인정부의 청와대와 내각엔 대북 대화론자들이 가득 포진해 있다. 집단사고의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골수 지지층도 거의 무조건 대화론을 선호한다. 그러니 상황에 맞는 정책, 국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선택하는 지도자의 균형적 판단과 이를 관철시키려는 의지가 더없이 필요한 때이다. 골수 지지층에 끌려 다니는 것은 정치 리더십의 자세가 아니다. 보다 큰 이익과 미래를 위해 다른 방향의 결정을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게 지도자의 자질이자 용기 아닌가.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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