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타’ 원로목회자들

국민일보

‘여름 산타’ 원로목회자들

120명 산타 모자 쓰고 종로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노방전도

입력 2017-08-10 00:00
취재대행소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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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복장을 한 원로목회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마스크 팩과 음료수, 전도지 등이 담긴 선물을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전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많이 덥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예수님 꼭 만나시고요.”

9일 오전 서울 종로 5가 일대 인도에서 붉은색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어르신들이 바쁘게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밝은 웃음으로 전도지 한 장 한 장씩을 정성스레 건네는 이들은 이미 교회 강단에서 은퇴한 원로목회자들이었다.

무려 120명의 원로목회자들이 손수 포장한 마스크팩과 음료수 등 ‘사랑의 선물’과 함께 노방전도를 하고 있었다. 산타 모자와 앞치마를 두르고 흰색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원로목회자들은 ‘시작, 시작은 세상의 빛입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고 적힌 카드도 직장인들에게 전했다. 행사는 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재단이 주최한 ‘사랑의 원로목회자 여름 산타.’ 폭염 속에서도 성탄절의 사랑을 전하는 산타클로스를 재현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이다.

전도지를 건네던 이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같은 덕담을 시민들에게 건넸다.

재단이사장인 임원순 목사는 행사 시작을 알리는 인사말을 통해 “여름에는 너무 뜨거워,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걱정하는 이웃이 많다”면서 “성탄절 가족에게 선물하듯 복음을 전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사랑의 선물을 준비했다. 한여름에도 사랑의 폭설이 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랑의 원로목회자 산타’ 행사는 2015년 12월 재단 관계자들이 산타 복장으로 형편이 어려운 원로목회자들에게 사랑의 김장김치를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재단은 원로목회자를 포함해 사랑이 필요한 이웃이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 구호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박경호(81·서울 신정교회) 원로목사는 “은퇴한 목사들이 지나는 시민에게 산타가 돼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쪼개 1주일간 카드를 만들고 행사연습을 했다”고 귀띔했다. 최요안(75·서울 서부교회) 원로목사는 “교회지도자와 목회자부터 봉사하고 나눔의 마음으로 교회를 섬긴다면 한국교회는 다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원로목회자들과 함께 서울지구촌교회 교역자 20여명이 참석해 진행을 도왔다. 한희자(47) 서울지구촌교회 전도사는 “선물을 정성껏 나눠주는 원로목회자들을 보니 너무 은혜가 됐다. 다시 한번 섬김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글=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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