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134만명… 교회가 ‘대리가족’ 돼 손 내밀어야

국민일보

독거노인 134만명… 교회가 ‘대리가족’ 돼 손 내밀어야

실천신학대학원대 안유숙 교수 기독 여성 독거노인 10명 심층면담

입력 2017-08-10 00:00
취재대행소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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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가명·77·여)씨는 얼마 전 교회 주방봉사를 그만뒀다. 20년 넘게 매주일 성도들을 위해 점심식사를 준비했고 매년 교회 김장을 진두지휘한 그였다. “빠져줬으면 하는 젊은 성도들의 바람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어요. 쓸모없어진 것 같아 서글프고 몸도 더 아픈 것 같네요.”

김씨는 최근 실천신학대학원대 안유숙(목회상담학) 교수와의 심층면담에서 ‘나이 듦’에 대한 소회를 이처럼 밝혔다. 김씨를 비롯한 74∼86세의 크리스천 여성 독거노인 10명은 안 교수의 ‘기독교 저소득 여성 독거노인의 나이 듦 경험연구’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신체가 노쇠해진 것에 대한 자각과 ‘병약하고 할 일이 없다’는 주변의 시선이 겹쳐지며 자괴감에 빠진다고 했다. 빈곤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더해진 노인들의 삶은 더욱 각박했다.

연구참가자의 대다수는 남편과 사별했으며 절반 이상은 기초연금 또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연금을 받는다 해도 그 액수는 대부분 생활비 수준에 못 미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중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체 연금 수령자가 받는 월평균 연금은 52만원이다. 10만∼25만원을 받는 비율이 46.8%나 됐고, 10만원에 못미치는 이들(0.7%)도 있다.

임정숙(가명·74)씨는 “가난도 문제지만 밤에 전화할 기운이 없을 정도로 아플 때는 죽을까봐 덜컥 겁이 나고 외롭다”며 “정기적으로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구결과처럼 이미 고령화에 접어든 한국사회에서 독거노인 문제는 주요현안이 됐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133만6000명으로 추정된다. 2025년에는 224만명, 2035년에는 343만명으로 증가 할 것으로 보인다. 교회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독학자들은 한국교회가 돌봄은 물론 독거노인들의 역량 강화에 사역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교수는 “교회는 독거노인들의 대리가족의 역할을 자처해서 직접적인 돌봄과 정서적 지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재대 손의성(복지신학) 교수는 교회의 구역과 속회, 셀 등 조직을 복지사각지대를 돌보는 조직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해 이 방식이 한국의 현실에서 대안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그는 “목회자와 노인전문가, 평신도를 포함해 6∼15명 규모로 사역위원회를 구성해 교회와 지역 노인들의 관심사와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재능 등 정보를 수집해 그 정보를 기반으로 ‘교육’ ‘자원봉사’ 등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이를 위해 조직적 움직임을 제안했다. 그는 “교회가 복지관이나 주민센터, 지역 내 다른 교회와 협력해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면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쉽게 선별해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은퇴 목회자 등을 활용해 교파를 초월한 전국 조직망을 갖춰 복지사각지대 돌봄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독거노인 상당수가 사별한 것을 감안해 “노년기의 사별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적절한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담 사역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죽음을 앞둔 노인의 임종 때까지 배우자를 도와 함께 수발하고, 사별 후 배우자의 심신 안정을 지속적으로 도와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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