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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최상민 <3> 美 고교 유학 중 축구선수… “영어 안 되니 부주장 해라”

토요일엔 한인 교회 청년부와 어울려… 영주권 빨리 받으려 회계학 선택

입력 2017-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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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대행소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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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미국 수잔웨그너고등학교 재학시절 축구부 코치와 함께 한 최상민 사장.
‘그래, 내가 음식 서빙하려고 한국을 떠나 이곳까지 온 게 아니지.’ 지금은 공부에 집중할 때라는 손님의 지적처럼 어머니를 도와준다고 해서 도와드리는 건 아니었다. 도미니카공화국에 머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비자를 받아오면 미국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1994년 비자를 받기 위해 미국대사관에 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포기하고 다음날 밤에 찾아갔다. 2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날이 밝는대로 다시 대사관을 찾아가 B1/B2 비자서류를 부스에 내밀었다.

“아리랑 식당에서 서빙하던 친구 아니야?” 미국 영사가 반갑게 맞이했다. 몇 개월 전 미국인 아내와 함께 식당을 찾아 된장찌개를 시켰던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입양된 한국인이 미국 영사가 된 것에 감동을 받고 영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친절하게 대했던 기억이 났다.

“아, 맞습니다. 미국 유학을 가려고 비자를 신청하러 왔습니다.” “미국 유학을 간다면서 관광 비자를 신청하면 어떻게 해. 통장의 잔고증명도 있어야 하는데….” “B1/B2 비자로 유학을 못 가나요?” “오케이, 알았으니 1주일 뒤에 오라고.”

미국 영사의 도움으로 1년짜리 비자를 받았다. 이제는 생활공간이 필요했다. 미국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번에도 아리랑 식당의 손님이 도왔다. 뉴욕에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골프를 치러 왔던 한인신사가 식당을 찾았는데, 알고보니 아버지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최 사장,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응, 사실은 아들이 미국 비자를 받아왔는데 미국에서 지낼 공간이 없다네.” “그래? 그럼 내가 도와줄게. 우리 집에 남는 방이 하나 있으니 매달 500달러만 내고 상민이한테 거기서 머물라고 해.”

그해 9월 아버지와 초등학교 동창인 아저씨가 법정에서 보호자가 되겠다고 선서를 해줬다. 아저씨의 동생은 뉴욕초대교회 김승희 목사님이었다. 뉴욕초대교회는 뉴욕주 스태튼 아일랜드 집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을 간 다음 선착장에서 배를 갈아탄 뒤 1시간을 이동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1시간30분을 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토요일 교회에 가면 청년부 형들이 잘해줬다.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았고 말씀 배우는 게 재미있었다. 그렇게 주일을 보내고 저녁에 다시 지하철과 배,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어머니는 매달 1000달러씩 보내주셨다. 500달러는 방값을 내고 나머지는 교통비와 용돈으로 썼다.

미국 수산웨그너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영어가 통하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운동밖에 없었다. ‘그래, 운동은 말이 필요 없잖아. 스포츠로 친구들한테 인정을 받자.’ 마침 경기도 남양주 미금초등학교를 다닐 때 선수로 잠깐 뛰었던 경험이 있어서 축구를 선택했다.

축구팀에는 콜롬비아와 멕시코에서 온 아이들이 있었다. 팀워크를 맞춰 그라운드를 뛰었다. 지역 경기에서 준우승까지 했다. 실력을 인정받아 팀 주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코치가 부르더니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다. “너는 영어가 안 되니 리더십을 가질 수 없다. 부주장이나 해라.” ‘그래, 미국사회에서 인정받으려면 실력을 키워야 하는구나.’ 슬펐지만 열심히 공을 찼다. 축구팀 성적이 좋아 콜롬비아 대학 축구 특기생으로 진학할 기회가 열렸다. 하지만 한국인 신분으로 진학을 하려니 한학기 학비가 2만5000달러였다. 결국 한 학기 학비가 3200달러로 제일 싼 뉴욕시립대로 학교를 정하고 96년 9월 회계학과에 입학했다.

회계학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미국 영주권을 빨리 받으려면 미국공인회계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인 교수님이 객원교수로 오셨는데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셨다. “상민아, 한국 사람은 한국과 꼭 연줄이 있어야 한다. 한국이 그립지 않니?”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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