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지형은] 미완의 광복절과 평화

국민일보

[바이블시론-지형은] 미완의 광복절과 평화

입력 2017-08-1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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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시여, 이로부터 남북이 둘로 갈리어진 이 민족의 어려운 고통과 수치를 신원(伸寃)하여 주시고 우리 민족 우리 동포가 손을 같이 잡고 웃으며 노래 부르는 날이 우리 앞에 속히 오기를 기도하나이다. 하나님이시여 원치 아니한 민생의 도탄은 길면 길수록 이 땅에 악마의 권세가 확대되나, 하나님의 거룩하신 영광은 이 땅에 오지 않을 수밖에 없을 줄 저희들은 생각하나이다. 원컨대 우리 조선독립과 함께 남북통일을 주시옵고 또한 우리 민생의 복락과 아울러 세계평화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이제 이로부터 국회가 성립이 되어서, 우리 민족의 염원이 되는 모든 세계만방이 주시하고 기다리는 우리의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며 또한 이로부터 우리의 완전 자주독립이 이 땅에 오며 자손만대에 빛나고 푸르른 역사를 저희들이 정하는 이 사업을 완수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 모든 말씀을 주 예수그리스도 이름을 받들어 기도하나이다. 아멘.”

1948년 5월 31일에 열린 제헌국회 본회의 회무 시작 전에 기도한 내용의 일부다. 대한민국 국회 속기록의 맨 앞에 이 기도문이 실려 있다. 임시의장 이승만 박사가 기도를 제안하면서 목사이자 제헌국회 의원이었던 이윤영 의원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이 의원은 나중에 회고록에서 성령의 감동으로 기도를 올렸다고 쓰고 있다.

기도문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일제 치하에서 해방되어 광복을 맞은 것이 완전하지 않다는 인식이다. 완전한 자주독립은 미완의 과제이며 조선의 독립과 남북통일의 완성은 미래에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통일로써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의 완전한 광복이 세계평화에 연결된다는 점이다.

제헌국회를 열면서 하나님께 올린 기도문의 상황 인식은 정확하게 우리가 사는 현재 상황과 같다. 북한의 핵 위협과 도발이 계속되면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이 남북 분단의 뼈저린 현실에서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순수하게 이론적으로 완전히 독립적으로 사는 나라가 세계에 몇이나 될까마는, 우리 현실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강대국들에 매여 있다.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도 핵을 중심한 남북문제에서 ‘코리아 패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게 염려스럽다.

성령의 영감으로 올린 기도에 드러난 현재진행형의 상황에서 우리는 또 한 번 미완의 광복절을 맞는다. 광복 72주년이다. 아름다운 완성으로 걸어가는 여정이면 좋겠는데 지금 상황은 유감스럽게도 그 반대다. 핵을 매개로 한 거친 힘겨루기가 불안하고 아주 버겁다. 구체적인 달을 언급하며 위기설을 예측하는 얘기는 이미 수없이 들어 왔다. 북한의 핵이 개량을 거듭할수록 위기설이 실체를 갖는 것인데 올해는 유달리 더하다. 미국 영토 괌을 지목하면서 쏟아내는 북한의 막말과 유일한 하이퍼 파워임을 강조하면서 강하게 받아치는 미국 대통령과 고위직 인사들의 발언이 우리로서는 불안하다.

기독교의 메시지는 근본적으로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며 그 사랑으로써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평화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에서 평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텐데 이 땅의 교회들이 평화를 갈구하고 외치는 소리는 현재의 상황을 생각하면 너무 작다. 목이 터지라고 외쳐야 하고 온몸을 던지며 평화의 이정표를 다시 세워야 할 텐데 말이다. 우리뿐 아니라 세계의 다른 교회들과 연대해 평화의 시급성을 외쳐야 하는데 말이다.

이번에 맞는 또 한 번의 미완의 광복절에 무엇보다 성서가 가르치는 평화를 온몸으로 묵상하자.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으로써 지금 여기에서 작동하는 평화의 힘을 삶으로 느끼고 확신하자. 평화의 시급성만이 아니라 믿고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평화가 임한다는 가능성을 선포하자. 오늘날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들이 지진의 지각판들이 서로 충돌하듯이 움찍거리는 이곳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사랑과 평화의 일을 하지 않고 어디에서 존재의 정당성을 찾으랴.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