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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노트] 외로움

입력 2017-08-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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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대행소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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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르 세베린 크뢰위에르, <“히프 히프 호레이!” 스카겐에서 열린 화가들의 파티>
정호승 시인은 ‘울지 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라고 노래했지만 뼛속까지 시려오는 외로움은 쉽게 참아지지 않는다. 남들은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고 친구도 많은 것 같은데 ‘이 세상에서 나만 혼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 괴롭다. 이쯤 되면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는 시인의 충고는 잊어버리고 누구에게든 매달리고 싶어진다. 이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서로 모르는 세 사람이 그냥 같이 있으면 괜찮은데 나를 빼고 두 사람이 캐치볼 하는 걸 지켜보면 괴로워진다. “그깟 캐치볼이 뭐라고!”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지만 타인으로부터 소외당했다는 것 자체가 큰 고통이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뇌의 배측전대상피질과 앞뇌섬이 활성화되는데 이 두 영역은 몸에서 통증을 느낄 때도 똑같이 활성화된다. 외로우면 몸까지 아려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외로움은 건강에도 해롭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끌어올리고 심혈관을 딱딱하게 만든다.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처럼 코티졸 분비가 늘고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진다. 외로움은 심혈관질환, 우울증,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 인자다. 1961년 미국 내과 의사 울프는 펜실베이니아 로세토 지역의 의사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는다. 그 지역에 사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은 술과 담배를 즐기고, 소시지와 미트볼을 잔뜩 먹는데도 심장병에 잘 안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가 이 지역의 심장병 발생률과 사망률을 조사했더니 중장년층에서는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없었고 노년층의 사망률은 전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하고 확인했더니 신뢰와 상호 존중의 공동체 문화가 장수 비결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들 사이의 친밀감이 질병을 막아주고 오래 살게 해준 것이다.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은 딱 두 가지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타인을 향해 더 많은 사랑을 내어주며 사는 것.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가 가르쳐준 교훈과 로세토 효과를 기억하면 된다.

김병수(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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