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한·미동맹 정말 안녕한 건지…

국민일보

[김진홍 칼럼] 한·미동맹 정말 안녕한 건지…

입력 2017-08-20 18:13
취재대행소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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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사태가 다소 소강상태다. 하지만 북핵 위기가 진정되는 쪽으로 국면이 확 바뀔 것으로 기대하기는 이르다. 북한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21일부터 시작되고, UFG 기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괌 주변에 미사일을 쏘려는 북한의 계획도 완전히 취소된 게 아니다. 여기에다 북핵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은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이렇듯 한반도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긴장의 터널 속에 놓여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북핵 사태 전개과정을 보면 우려스러운 대목들이 있다. 무엇보다 한·미 간 공조가 그렇다. 외교안보팀은 양국 사이에 물 샐 틈 없는 협력체제가 가동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상기류가 엿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정상 사이의 긴밀한 연락 부재가 눈에 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로 북한의 괌 미사일 위협 문제를 논의하는 등 취임 이후 수시로 아베 총리와 통화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을 처음 시험 발사한 직후인 지난달 31일에도 아베 총리를 찾았다. ‘핫라인’ 그 자체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전화한 것은 지난 7일 한 차례 뿐이다. 늦장 통화가 이뤄진 데 대해 문 대통령의 여름휴가 일정 때문이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지만 왠지 찜찜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 한·미 외교안보라인이 이따금 통화하는 사이 미·일 외교·국방장관은 지난 17일 워싱턴에서 북핵 위협에 대비해 핵을 포함한 확장 억제력 확인 등이 담긴 공동성명을 내놨다.

한·미의 대응도 엇박자다. 미국은 북한을 겨냥해 ‘정말로 대북 군사행동에 나서 김정은 정권을 멸망시킬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는 데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가와 평화적 해결에 각각 방점을 두고 있다. 전쟁을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미국의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 역시 궁극적인 목표는 외교적 해결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지속적으로 한반도,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에 단호한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도, 향후 북한과의 ‘빅딜’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도 지금은 미국과 호흡을 맞춰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게 절실한 시점이다. 미국이 고심 끝에 북한에 내민 군사 옵션 카드를 우리가 ‘절대 안 된다’고 북한 면전에서 미국을 극구 말린다면 북한이 무슨 두려움을 느끼겠는가.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미국의 대북 군사조치는 남한이 알아서 막아줄 거야’라며 흐뭇하게 여길지도 모를 노릇이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이 ‘문 대통령이 드물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설적인 비난을 했다’는 등 미국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한 점은 유념해야 한다. 백악관은 이 대목에 아예 입을 다물었다. 심기가 불편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미가 최대한 힘을 합쳐도 북한의 핵 야욕을 꺾을까 말까 한 마당에 양국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는 지적이 그치지 않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요즘 “트럼프 대통령과 입장이 같다”고 수차례 언급한 점도 마찬가지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양국 간 공조가 확고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이렇게까지 ‘입장이 같다’고 강조한다는 건 양국 사이에 불협화가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이 나오고 있는 점 또한 예사롭지 않다. 미 행정부가 부인했지만 양국 간 균열이 한 요인으로 작용한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핵으로 무장한 채 “남한을 짓뭉개야 한다”고 벼르는 김정은이 도발할 경우, 주한미군 없이 우리의 힘만으로 물리쳐 이 나라를 지킬 수 있을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당시 한·미 동맹을 린치핀(linchpin)이라고 불렀다.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 즉 한반도와 아시아 안정을 위한 ‘핵심축’이라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자신이 집권하면 한·미 동맹은 더 발전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이번 대선은 유능한 진짜 안보세력과 무능한 가짜 안보세력과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이제 유능한 진짜 안보세력의 진가를 발휘할 때다. 그 토대는 말뿐이 아닌 한·미 동맹의 실질적 강화여야 한다. 현 정세에 대한 낙관적 집단사고(groupthink)는 금물이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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