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서윤경] 협상9단 김현종 좀더 유연했으면…

국민일보

[현장기자-서윤경] 협상9단 김현종 좀더 유연했으면…

입력 2017-08-23 20:21 수정 2017-08-23 21:56

기사사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대 국가에 허위정보를 흘릴 수 있다.”

지난해 3월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정부나 기업의 비밀문서를 공개하는 위키리크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진행되던 2006년 7월 25일 미국 대사관이 작성한 문건을 공개한 것에 대한 뒤늦은 해명이었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한국 측 대표였던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 제약회사에 불리한 ‘약가 적정화 방안’이 시행되지 않도록 청와대와 논의 중이라는 내용을 미 대사관에 귀띔했다. 이를 상대국에 ‘허위정보’를 흘리는 전략이라고 말하는 김 본부장은 한국 최고의 통상 전문가로 꼽힌다.

그의 협상 스타일은 자기 전략을 상대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김 본부장의 협상 스타일이 통상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겐 매뉴얼처럼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 산업부의 통상 담당자들은 한·미 FTA에 한국과 미국 모두 이익을 봤다는 ‘상호 호혜적’이란 말만 되풀이했다.

그나마 지난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한·미 FTA의 효과를 양국이 공동 연구하자고 진전된 제안을 했다.

22일 서울에서 진행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 대한 브리핑에서도 김 본부장은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드러냈다. 상호 호혜적, 한·미 FTA에 대한 공동 연구라는 말만 했다. 협상 전략을 묻자 “다음 질문을 받겠다”며 피했다.

그러다 보니 김 본부장의 브리핑 대상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거나 “한·미 FTA 공동 연구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한 말은 미국 쪽에 공을 넘기겠다는 김 본부장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김 본부장이 전략적으로 협상카드의 보안을 유지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2008년 쇠고기 파동 확산 같은 상황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당시 김 본부장은 협상 진행과정을 공개할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쪽의 반발을 살까봐 은밀히 협상을 밀어붙였다는 오해를 샀다. 하지만 제한적으로나마 협상과정을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도 충족시키면서 국내 반발 여론을 협상에 지렛대로 활용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세종=서윤경 산업부 기자 y27k@kmib.co.kr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