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교회 교육디렉터 박양규 목사 “다음세대 교리 교육, 주입식 아닌 설득으로”

국민일보

삼일교회 교육디렉터 박양규 목사 “다음세대 교리 교육, 주입식 아닌 설득으로”

입력 2017-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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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청파동 삼일교회 근처 카페에서 박양규 목사가 인문학을 매개체로 성경을 가르치는 것의 장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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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3년 첫선을 보인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초판본의 표지. heidelberg-catechis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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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리즈 시작에 앞서 지난 6일 서울 청파동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인근 카페에서 박양규 목사를 만났다. 그는 한국교회가 이대로 가다가 다음세대를 잃지 않을까, 크게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그림형제의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를 언급했다.

“하멜른의 시장은 들끓는 쥐 때문에 골치를 썩다 쥐를 없애주면 상금을 주기로 합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피리 소리로 쥐를 유인해 강에 빠트렸지만 사람들은 상금 대신 그를 쫓아버리지요. 약속을 깬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피리 부는 사나이는 집에 남은 아이들을 피리 소리로 유인해 사라집니다. 어른들은 모두 예배당에 가서 예배 드리면서 정작 아이들은 집에 방치한 거죠. 결국 아이들을 잃는 비극으로 이어졌는데 지금 우리 시대와 닮은 것 같지 않나요.”

한국교회의 다음세대에 대한 그의 진단은 이어졌다.

“다음세대 말은 많이 하지만 교회 예산이나 운영 과정에서 다음세대는 늘 배제됩니다. 인구절벽에 직면한 한국교회에서 교회학교의 자연증가는 더 이상 불가능해요. 삼일교회 상황만 봐도, 장년부에 비하면 교회학교가 작고, 5∼10세보다 0∼4세 영아부 숫자가 훨씬 적습니다. 몸을 던져서라도 막지 않으면 한국교회에 미래가 없습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한국교회는 다음세대에 무관심하거나, 관심은 있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교회 교육 방식은 여전히 30년 전과 다를 바가 없다.

“가장 폐쇄적이고 주입식 교육이 심한 곳이 교회입니다. 설득이 아니라 강요만 하고 있어요. 달라진 것이 없어요.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다니는 교회를 따라가지, 교회 선택권이 따로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과 부모를 동시에 설득해야 합니다. 그렇게 고민하다 찾아낸 방법이 인문학이었어요.”

직전에 섬겼던 교회는 서울 노원구 학원사거리에 있었다. 박 목사는 아이들이 처한 현실의 냉혹함, 부모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성경읽기를 즐기던 아들이 중·고등학교 입시를 거치면서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지켜보면서 현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감했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존재,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중3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헤세의 작품을 교회에서 가르치니 아이들이 놀라요. ‘이거 학교에서 배운 건데 교회에서도 이런 걸 배워요’ 하며 오히려 집중합니다. 학교 공부는 세속적이고 교회에서 성경 배우는 건 거룩한 것이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배웠기 때문에 인문 고전에서도 하나님의 복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지요.”

부모들의 반응도 뜨겁다. 성령의 9가지 열매를 배운다고 하면 시큰둥하던 부모들이 톨스토이 단편을 통해 배운다고 하면, 어떻게든 아이들을 깨워서 교회로 보내준단다. 독일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 베를린 국립회화관 등의 그림 자료를 비롯해 베토벤, 브람스, 엘가 등의 음악까지 다양한 자료를 동원했다. 이런 인문학 고전의 등장은 사실 종교개혁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세 사회는 가톨릭 교회가 지배하는 사회였습니다. 그런데 성경이 보급되면서 교회가 지배하지만, 정작 현실은 성경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깨달음이 시작됐지요. 그 간극이 인문학을 생산하는 동기 부여가 됐어요.”

500년이 흘렀지만 한국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교회에서 성경이나 제대로 가르치지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인문학적인 교양을 제대로 이해할 때 오히려 성경을 풍부하게 이해하고 우리 삶에 적용할 힘이 키워진다고 힘주어 말한다.

“교인들은 교회의 지배를 받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은 성경적이지 않지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까를 교회가 가르쳐줘야 하는데, 자꾸 세상과 선 긋는 이야기만 하고 있어요. 교인들은 인문학의 언어에 더 친숙한데 목회자의 언어는 그와 너무 다른 것도 문제이지요. 인문학 자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에요. 성경과 성경적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 인문학을 매개체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본질만 붙잡으면 형식은 상황에 따라 조금 달라져도 괜찮지 않을까요.”

인문학에 대해 이해하고, 그 속에서 복음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독일의 대표적인 정치가 비스마르크와 음악가 바그너는 기독교인이었지만 왜곡된 신앙으로 독일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결과를 낳았어요.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실 자체보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하나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끊임없이 물으며 답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는 동영상 자료 등을 포함한 교재 개발, 나아가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교회학교가 초토화되어가고 있어요. 어디에서든 활용할 수 있도록 교재를 개발해 나누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교육이 교회 안에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이라도 형성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Heidelberger Katechismus·이하 독일어 표기)은 1563년 독일의 개혁파 교회가 채택한 신앙의 표준교리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의 개혁교회도 대다수 채택해 개혁파의 대표적인 교리문답으로 꼽힌다.

가톨릭교회의 개혁을 주도했던 루터파의 완고한 모습에 실망한 팔츠(Pfalz)의 선제후 프리드리히 3세(Friedrich Ⅲ·1515∼1576)는 칼뱅파의 교리를 정리한 새로운 신앙고백서의 작성을 지시한다. 하이델베르크대학의 개혁파 신학자 자카리아스 우르시누스(Zacharias Ursinus·1534∼1583)와 카스파르 올레비아누스(Kaspar Olevianus·1536∼1587)가 중심이 돼 작성했다. 1563년 팔츠의 수도였던 하이델베르크에서 열린 총회에서 채택됐다.

총 129개 문답으로 이뤄졌으며 이를 1년 동안 52주에 나눠 교육할 수 있도록 했다. 교리를 다루고 있지만 평신도들도 자신의 신앙으로 고백할 수 있도록 쉽게 쓰였다는 것이 장점이다.

1부 '우리의 죄와 비참함에 관하여'에서 죄의식을 설명한다. 2부 '우리의 구속에 관하여'에서는 사도신경과 성부·성자·성령, 성례전 일반, 세례, 성찬 등을 다룬다. 3부 '우리의 감사에 대하여'에서 십계명과 주기도문을 설명하며 실생활의 적용을 다룸으로써 신앙 고백을 완성하고 있다.

■다음주부터 새 시리즈 연재
인문학 고전 통해 배우는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교회에서 가르치는 대로 믿으라는 주입식 교육으로는 더 이상 다음세대에 신앙을 전승하기 어렵다. 성경을 읽고, 생각하고, 복음이 진리임에 설득당하는 경험을 '스스로' 할 때 비로소 21세기 현대사회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참된 기독교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 내던져진 다음세대에게 학교 시험 기간에 주일 예배를 출석하는 것 자체가 큰 과제이자 도전이다. 그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눈높이에 맞춰 복음의 본질을 전달할 방법은 없을까. 서울 삼일교회 교육디렉터 박양규 목사는 이런 고민을 품고 현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베토벤의 음악, 생 텍쥐베리의 소설 등 다양한 인문학 재료를 활용해 온 가족이 함께 예배드리는 '클래식 예배'를 도입했다. 2014∼15년에는 기독교 대안학교인 소명중고에서 인문고전과 성경을 함께 가르친 경험을 토대로 '청소년을 위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1·2'권을 썼다. 오는 18일부터 박 목사는 국민일보 미션라이프를 통해 15회에 걸쳐 독일 인문고전을 매개 삼아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의 핵심 문항을 살피며 복음의 정수를 다채롭게 풀어낼 예정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새롭게 다가서고 고민하는, 새로운 경험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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