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당, 새로운 보수의 길 개척 나설 때다

국민일보

[사설] 한국당, 새로운 보수의 길 개척 나설 때다

“혁신위, 박근혜·서청원·최경환 탈당 권유… 기존 보수 가치 토대로 과감한 쇄신과 인재 영입 나서야”

입력 2017-09-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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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친박계 핵심 인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명분은 국정 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다. 한국당 혁신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박근혜 지우기’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당에 덧씌워진 박근혜 이미지를 지우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만시지탄이긴 하나 올바른 방향이다.

친박계는 예상대로 강력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나오지 않은데다 정기국회 대여 투쟁을 위해 똘똘 뭉쳐야 할 정국 상황에도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에 동조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냉정히 따져보면 박 전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지고 먼저 스스로 당적을 정리했어야 옳았다. 탄핵 사태로 인해 엄청난 국력을 소모했고, 보수 세력을 존재감마저 찾기 어려울 정도의 궤멸 상태에 빠트린 정치적 책임을 어떤 식으로든 지는 게 온당하다. 한국당은 물론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도 ‘박근혜 흔적’은 깨끗하게 지워져야 한다. 공동 책임이 있는 친박계는 보수의 미래를 위해 희생과 헌신의 자세를 가져야 마땅하다.

박 전 대통령과 핵심 친박 인사의 탈당만으로 한국당에 등돌린 민심이 되돌아오진 않을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헛발질만 기다리는 한국당에 보수층이 돌아올 리도 만무하다. 지금처럼 지리멸렬한 상태로는 문재인정부를 견제하기는커녕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고전할 것이다.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새로운 보수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안보라는 기존 보수의 토대를 굳건히 다지면서 과감한 쇄신을 더해야 한다. 기존 수구 이미지로는 진보와의 승부 자체가 어렵다. 종북몰이와 정략적 반대도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고 새로운 대안을 치밀하게 고민해야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진보가 선호해온 정책이라도 정의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도입에 주저해선 안 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인물로 당의 면모를 쇄신하는 작업이다. 현재 한국당 지도부 면면으로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기엔 역부족이다. 친박 잔존 세력이 건재한다면 더욱 그렇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당의 테두리를 뛰어넘는 인물을 발굴해내야만 감동을 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가 사당화의 욕심을 부린다면 국민과는 더욱 거리가 멀어지게 될 것이다. 홍 대표에겐 한 가지가 더 요구된다. 이날도 문재인정부를 향해 “조폭 정권 같다”고 했다. 홍 대표의 막말은 단기적으론 보수표를 결집시키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길게 보면 보수의 품위를 갉아먹는다. 품격의 정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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