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형진] 벨기에의 한국문화 축제

국민일보

[기고-김형진] 벨기에의 한국문화 축제

입력 2017-09-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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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브뤼셀의 오줌싸개 동상과 그랑플라스 광장이다. 벨기에인은 높이 61㎝의 오줌싸개 동상에 자부심을 갖는다. 화재를 오줌으로 막은 소년, 적군 머리 위로 오줌을 쌌다는 아기 영주 등 전설도 많다. 그랑플라스는 가로 68m, 세로 110m의 직사각형 광장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광장 둘레로 15세기에 지어진 시청을 비롯해 고딕과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 줄지어 서 있다. 빅토르 위고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평한 곳이다. 그랑플라스와 오줌싸개 동상에서 9월 16∼17일에 한국문화 축제가 열린다. 브뤼셀의 ‘포크로리시모(Folklorissimo)’ 세계민속축제에 한국이 주빈으로 참석한다. 포크로리시모는 ‘포크로릭’(민속적인)과 ‘시모’(현상 또는 흐름)를 합한 말로 민속문화를 현재에 되새기고자 한다. 브뤼셀시는 2000년 벨기에 민속축제를 처음 개최했고 2012년부터 주빈국을 초청해 서로의 문화를 함께 소개한다.

한국문화 축제의 테마는 ‘흥’이다. 우리의 독특한 기쁨, 신남, 즐거움, 상쾌함이다. 오프닝 행사로 브뤼셀 시청에서 리셉션이 개최되며 축제 중 오줌싸개 동상은 세 벌의 한복을 바꿔 입는다. 사자놀음, 농악 연주, 상모 돌리기와 현대국악도 소개된다. 벨기에와 한국 시범단이 태권도를 보여준다. 강강술래와 비빔밥 만들기를 통해 한국인의 유쾌한 에너지를 관객과 함께 나눈다. 무대 뒷면 하얀 천막에는 우리 문화 소개 영상이 비친다. 관객들은 한국음식 시식, 한복 입기 체험, 서예·한지공예 워크숍, 한국전통주 시음에 참여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도 등장한다. 포크로리시모 주빈국은 신청을 받지 않고 브뤼셀 시청이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된 것은 벨기에의 관심을 반영한다. “인생의 어려움은 우정이 해결한다”는 벨기에의 속담처럼 벨기에는 한국이 어려울 때 우정을 보여줬다. 6·25전쟁 때 대대 규모 병력을 파견했고, 1998년 한국 외환위기 당시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투자조사단을 보냈다. 지난 6월에는 아스트리드 공주가 이끄는 경제사절단 258명이 방한했다. 벨기에 인사들은 동행한 필자를 259번째 단원이라며 반겼다. 109개의 벨기에 기업이 참여하여 양국 간 실질협력이 증진됐다.

겐트 대학교는 2014년 인천 송도에 글로벌 캠퍼스를 열었다. 벨기에 대학이 외국에 캠퍼스를 개설한 최초 사례인 것이다. 작년에는 루벤 대학교에 한국연구센터가 설치됐고 올 10월에는 브뤼셀 자유대학에 한국석좌직이 개설된다. 오줌싸개 동상과 그랑플라스에서 걸어갈 수 있는 브뤼셀 중심에 한국문화원이 있다. 2013년 개설되었는데 작년에 4만3000여명이 찾아왔다. 한국예술 전시와 한국영화는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고 한국요리 강좌는 신청을 받기 무섭게 충원된다. 세계 3대 콩쿠르인 벨기에의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이 늘 좋은 성적을 낸다.

브뤼셀은 유럽의 심장이며 그랑플라스는 브뤼셀의 중심이다. 벨기에인은 인종과 민족에 대해 편견이 없는 관용으로 유명하다. 그랑플라스에 국적, 인종,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것도 당연하다. 올해 포크로리시모가 한국문화를 소개하며 두 나라 국민 간 이해와 우의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형진 주 벨기에·EU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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