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합병 없이 김하나 목사 청빙으로 선회

국민일보

명성교회, 합병 없이 김하나 목사 청빙으로 선회

예장통합 서울 동남노회 시찰회, 김삼환 목사 장남인 김 목사 청빙 청원 통과시켜

입력 201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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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교단의 대표적 교회인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가 목회자 청빙 강행 논란 한가운데 서 있다. 사진은 명성교회 전경.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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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父子)에게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6개월여 만이다.

지난 3월 서울 명성교회(김삼환 원로목사)는 공동의회를 열고 경기도 하남시 새노래명성교회(김하나 목사)와의 합병과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것을 결의했다. 김 목사는 김 원로목사의 장남이다. 당시 김 목사는 “명성교회와 합병하거나 아버지(김 원로목사)의 후임이 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변칙 세습’등 세간의 비난을 의식한 듯 했다. 실제 새노래명성교회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논란은 잠잠해졌다.

재발화된 건 지난 18∼21일 서울 서초구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최기학 목사) 102회 정기총회 직후다. 총회에서는 현재 시행 중인 (목회)세습방지법이 ‘성도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이를 삭제하고,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총회 헌법위원회의 보고서가 수용됐다. 헌법위는 ‘교회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성도들이 합법적인 회의를 거쳐 숙고 끝에 청빙을 하는 과정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세습방지법은 2013년 예장통합 제98회 정기총회에서 처음 통과됐다. 당시 투표에서 1033명의 총대 중 870명이 세습방지에 찬성했다. 교회 세습 문제에 대한 신학·성경·윤리적 비판이 정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듬해 헌법개정안이 통과 되면서 ‘교단헌법 정치 제28조 6항’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 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를 목회자로 청빙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미자립교회는 해당되지 않는다.

최기학 총회장은 “보고서가 수용 됐어도 헌법위의 해석에 따라 헌법 개정 헌의안이 상정되는 등의 절차는 내년 정기총회에서나 진행될 것”이라며 “세습방지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명성교회는 이번 총회 헌법위 보고서를 기댈 언덕 삼아 후임 인선을 정리하려는 모양새다. 이 교회 A장로는 “헌법위의 해석에 총대들이 이견을 내지 않은 것은 공감을 표한 것”이라며 “교단 구성원들의 정서가 ‘세습방지법이 부당하다’는 쪽으로 기운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명성교회는 합병 없이 김 목사 청빙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24일 교회 주보에는 ‘김하나 목사,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을 위하여’라는 공동기도제목이 게재됐다.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 고덕시찰회는 26일 정기회를 열고 명성교회가 제출한 김 목사의 위임목사 청빙 청원 건을 통과시켰다. 시찰회는 교회 상위 기구인 노회의 치리권을 돕는 상설기구로 노회가 선택한 시찰위원들로 구성된다. 고덕시찰회는 노회에 명성교회의 청원안을 제출했다. 서울동남노회 헌의위원회(위원장 김수원 목사)는 청원안을 접수하기 전, 총회 임원회에 세습방지법의 효력 여부를 문의한다는 방침이다. 청원안이 접수되면 다음달 24일 서울 마천세계로교회(김광선 목사)에서 열리는 동남노회 정기회에서 이 안이 다뤄질 예정이다.

명성교회가 합병안을 제쳐두고 김 목사를 직접 청빙하려는 것은 ‘명분’을 얻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세습방지법 제정 이후 일각에서는 명성교회의 ‘교단 탈퇴설’까지 돌았다. 이 교회 B장로는 “김 원로목사는 총회장을 역임한 만큼 교단에 대한 애정이 높고, 성도들 사이에도 ‘교단 탈퇴는 곧 교회의 정체성 상실’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때문에 교단 총회에서 법적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합병이나 김 목사의 청빙을 강행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빙 청원안이 통과된 이후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총회 임원회가 헌법위반으로 명성교회를 총회 재판국에 곧바로 기소하는 방법이 있지만 실제 행할지는 미지수다. 총회 임원회는 현재 상황에 대해 “노코멘트”라고 밝혔다. 임원회 관계자는 “교회의 목회자 청빙 문제는 엄밀히 말하면 노회의 소관이기 때문에 총회 차원에서 직접 개입하기 애매하다”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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