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가수 김지호씨 “하나님이 간절한 기도 들어주셔서 노래를 다시 부르며 희망 전합니다”

국민일보

시각장애인 가수 김지호씨 “하나님이 간절한 기도 들어주셔서 노래를 다시 부르며 희망 전합니다”

입력 2017-10-09 00:02 수정 2017-10-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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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가수 김지호씨(왼쪽)가 8일 서울 강서구 ㈔빛된소리글로벌예술협회에서 뮤지컬 ‘더 라스트 콘서트’ 마지막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비록 앞이 보이지 않지만 늘 하고픈 일에 도전했죠. 더 노력해 미국 시각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

뮤지컬 ‘더 라스트 콘서트(THE LAST CONCERT)’에서 주인공을 맡아 열연 중인 시각장애인 가수 김지호(25·경기도 구리 제자교회)씨의 남다른 각오다.

김씨는 지난달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년 장애인문화예술축제’에서 뮤지컬 ‘더 라스트 콘서트’에 출연, 노래는 물론 연기와 군무까지 소화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을 들었다.

‘더 라스트 콘서트’는 김씨의 삶을 다룬 논픽션 창작 뮤지컬이다. 갑상샘암에 걸려 노래할 수 없게 됐을 때 신앙으로 다시 목소리를 찾고 가수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8일 서울 강서구 ㈔빛된소리글로벌예술협회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너무도 밝았다. 시각장애에 암까지 겪은 사람의 표정과 말투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김씨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그러고도 녹내장을 앓아 16번이나 수술을 받아야 했다. 힘든 날들이었다. 부모의 이혼도 마음의 상처였다. 그를 구원한 것은 신앙의 힘이었다. 교회 출석과 성가대에서 찬양을 부르며 아픔을 달랬다.

성인이 된 뒤엔 갑상샘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목에 난 작은 혹을 방치한 게 화근이었다. 약물치료로는 전혀 차도가 없었다. 의사는 “이제 노래 부르는 일은 그만두라”고 했다.

“갈등이 컸습니다. 노래는 제게 생명과 같은 것이었으니까요. 결국 종양 159개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었어요. 하나님이 제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그렇게 암을 이겨내고 김씨는 하나님의 주신 ‘천직’ 가수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가수로 데뷔한 건 2008년 한빛맹학교 재학 중‘블루 오션’이란 보컬그룹 멤버로 참여하면서였다. ‘다만’이란 제목의 음반을 냈다. 서울예술대 실용음악과 재학 때는 시각장애인 4인조 그룹 ‘더 블라인드’를 조직했다. 다음 달엔 디지털 싱글 곡 ‘알바트로스’를 발표할 예정이다.

2009년 SBS TV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 노래 실력을 뽐내며 3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때 첫주 우승을 차지했을 때 무릎을 꿇고 기도하던 모습이 TV에 나오기도 했다.

악보를 볼 수 없는 그는 소리를 듣고 기억하거나 점자 악보로 바꿔 노래하고 연주한다. 노래 외에도 기타 드럼 마림바를 직접 연주한다.

김씨의 아버지는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밴드 ‘징검다리’ 4기 출신으로, CF 삽입곡으로 유명해진 ‘뭉게구름’의 김형로씨. 어머니 오승원씨 역시 ‘아기 공룡 둘리’ ‘떠돌이 까치’ 등 주제가를 부른 음악인이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가슴 깊이 품고 있으니 어떤 일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시각장애는 모든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고 이겨내는 다른 장애물과 같습니다. 이 벽을 넘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이로 기억되길 원합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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