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기수] 생체시계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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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이기수] 생체시계 사용법

입력 2017-10-1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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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시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주기유전자(period gene)’를 발견한 미국 과학자 3명이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으면서다. 생체시계란 하루 중 신체 현상의 주기적 변동을 말한다. 약 1일의 주기로 일어나는 변동을 ‘24시간 일(日)주기리듬’ 또는 ‘서캐디언 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 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지난 2일(현지시간) 제프리 C 홀(72) 미국 메인대 교수, 마이클 로스배시(73) 브랜다이스대 교수, 마이클 W 영(68) 록펠러대 교수를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1984년 브랜다이스대에서 함께 일하던 홀과 로스배시 교수는 록펠러대 영 교수와 함께 초파리 연구를 통해 ‘서캐디언 리듬(약 24시간 일주기리듬)’을 통제하는 주기유전자를 최초로 분리했다. 이들은 이 유전자가 인간의 행동, 호르몬 수위, 잠, 체온 조절 등 주요 대사활동을 통제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 덕분에 인간이 어떻게 생체시계를 수정해 지구의 자전주기 약 24시간과 일치시키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고 각종 질병 예방에도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인간의 생체시계는 본래 24시간10분 정도로 설정돼 있다고 한다. 하루 약 24시간 단위의 지구 자전주기와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우리가 하루를 24시간 주기로 무리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생체시계가 아침햇살에 맞춰 시차를 자동적으로 수정하기 때문이란다.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활동하다 잠자는 규칙을 습관화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신간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호르몬이 만든다’(비타북스)에서 “과도한 스트레스와 수면장애로 현대인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건강을 바란다면 생체시계가 흐트러졌을 때 바로 고쳐 생체리듬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이가 든 것은 확실한데 전혀 늙어 뵈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동안(童顔)에다 신체건강까지 좋은 이가 있는가 하면, 나이 든 외모와 달리 젊은이 같은 몸을 자랑하는 이들도 있다.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신호다.

세상에는 3종류의 고령자가 있다. 평범한 고령자 평고(平高)와 비참한 고령자 비고(悲高), 그리고 활기찬 고령자 활고(活高)다. 유태우 닥터U와함께 병원장(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분류다. 생체시계가 고장 난 채 장기간 방치된 경우와 노년에도 잘 작동되는 경우의 차이다. 나이 들어 소위 ‘한물 간’ 삶을 사는 사람, 중병이 들어 가족에게 폐를 끼치거나 의료진에 얹혀사는 사람, 그리고 늙어 보이지도 않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생체시계, 즉 서캐디언 리듬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서 관찰되고 각 개체의 장기 안에도 똑같이 존재한다. 따라서 생체시계가 고장이 나면 즉각 호르몬대사에 문제가 발생한다. 나아가 장부 기능도 무너진다. 그 결과 수면장애는 물론 심혈관계 질환,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 치매와 같은 퇴행성 신경계 질환, 종양 질환 등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언젠가는 멈추어야 할 생체시계. 이 시계의 진정한 가치는 그날이 오기까지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데 있다. 종을 쳐야 할 때면 종을 치고, 멈출 때가 되면 그 시간을 알려줘야 한다.

그러자면 매일 지구 자전주기에 맞춰 우리 몸속 주기유전자가 24시간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가장 자연스럽고 좋기로는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낮에는 맑게 깨어 있고, 밤에는 깊이 숙면을 취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것이다. 낮에 졸고, 밤에 설치는 생활의 반복은 생체시계의 오작동을 유발, 낮밤의 구별이 없어지고 몸도 병드는 빌미가 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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