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성규] 하림의 오리발… “AI 보상금 가로챈 적 없다”

국민일보

[현장기자-이성규] 하림의 오리발… “AI 보상금 가로챈 적 없다”

입력 2017-10-1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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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 보상금으로 대기업 배불렸다’는 기사(국민일보 10일자 21면)가 나가자 “AI 보상금으로 배불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원가보상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항변한다. 정말 그럴까.

기사에 등장하는 A씨 사례를 보자. 하림과 계약하고 닭을 키우는 계열화 농가인 A씨는 AI로 살처분을 한 뒤 당시 시세(마리당 800원)를 적용해 1억2000만원의 정부 보상금을 받았다. 이 가운데 하림 몫은 병아리 입식비용과 사료 등 ‘원가’뿐이다. A씨가 AI 발생 전에 하림과 계약한 원가는 마리당 450원이었다.

그런데 하림은 마리당 520원을 자기 몫으로 받았고, 농가에 떨어진 보상금은 마리당 280원이었다. AI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농가로부터 마리당 450원만 생산비용으로 받았을 하림이 70원을 더 붙여 챙긴 것이다.

특히 하림은 A씨가 시세(마리당 800원) 보상을 받는 과정에서 병아리 입식 때 마리당 450원으로 돼 있는 사육비지급명세표를 마리당 800원으로 바꾼 가짜 문서를 만들었다. 이 가짜 문서는 보상금 신청 서류에 첨부됐다. 이에 대해 하림 측은 “본사는 모르는 일이다. 하림 지역본부에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7년간 AI를 포함해 가축 전염병 보상금으로 나간 예산은 2조2000억원에 이른다. 국민의 혈세이기 때문에 농민이 아닌 대기업이 단 1원이라도 부당하게 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 하림은 보상금의 대부분을 농가에서 가져가고 자신들은 원가보상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하림이 AI 보상금 일부를 가로챘다는 게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 ‘작은 도둑’도 도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가짜 문서를 만드는 등 하림이 보여준 위법 행태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림 김홍국 회장은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 자산 7조원의 거대 기업을 일군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선정된 상태다. 김 회장이 농장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할 일이다.

세종=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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