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살해사건… 딸 친구 실종신고 후에도 12시간가량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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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살해사건… 딸 친구 실종신고 후에도 12시간가량 살아있었다

경찰 초동수사 부실 지적

입력 2017-10-11 19:14 수정 2017-10-1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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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11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검은 여행용 가방을 차에 싣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에 의해 살해된 여중생이 당초 발표와 달리 실종 이튿날에도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된 후에도 12시간가량 살아 있었던 셈이어서 경찰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1일 “이씨가 여중생 피해자를 살인한 시각은 유인 이튿날인 지난 1일”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의 딸 이모(14)양은 지난달 30일 낮 12시20분쯤 친구를 집으로 데려왔다. 이씨 부녀는 미리 준비해 둔 수면제가 든 음료를 먹인 뒤 피해자가 잠들자 함께 안방으로 옮겼다. 딸은 오후 3시40분에 홀로 외출했고 이씨는 당일 오후 7시46분 딸을 데리러 나가 오후 8시14분 함께 귀가했다.

피해자는 이튿날인 지난 1일 오전까지 수면제에 취해 안방에서 잠들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딸은 이날 오전 11시53분쯤 외출해 오후 1시44분 귀가했는데, 이때 이씨는 장롱에 있는 물건으로 목을 졸라 죽였다고 진술했다.

당초 경찰은 지난달 30일 딸이 자리를 비운 4시간 사이에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발표했다. 딸의 진술이 주 근거였다. 이씨는 그러나 이후 조사에서 “딸은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1일 오전에 나갔고, 살해 후 딸이 귀가 했을 때 ‘친구를 죽였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딸이 약(수면제) 때문에 기억의 왜곡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딸은 9월 30일 노래방에 갔다가 돌아와 곧바로 자기 방에서 잤고, 안방에 있던 친구의 모습을 이튿날 외출 후 귀가할 때까지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사망 시점이 달라지면서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 유족은 9월 30일 오후 11시쯤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피해자 휴대전화가 꺼진 마지막 위치인 서울 중랑구 망우동 일대를 수색했지만 정작 이씨 집을 찾은 건 지난 2일이었다. 이씨 부녀는 피해자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이미 집을 비운 상황이었다. 실종아동의 범죄 연루 정황이 발견되면 24시간 내 수사에 착수해야 하지만 중랑서는 여성청소년과가 단독 수사를 하다 지난 4일에야 합동수사팀을 구성했다.

경찰은 이씨가 피해자와 함께 상당한 시간을 보낸 만큼 성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씨가 과거 퇴폐 마사지업소를 운영했고 아내도 성매매를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선 추후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씨의 클라우드 계정에서 성관계 동영상을 여러 건 발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상태다. 동영상 자료는 지난달 5일 발생한 이씨 아내 투신 사망 사건을 내사하던 중 발견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동영상이 어떤 용도인지 아직 명확히 모르는 상태로 성매매 또는 후원금 부정사용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를 시작하지 못했다”며 “13일 검찰 송치를 목표로 이번 살해 사건 수사부터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 현장검증에서 수면제를 가루로 만들어 음료에 섞는 장면, 피해자를 딸과 함께 옮기고 안방에서 살해하는 장면 등을 담담하게 재연했다.

글=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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