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장윤재] 저 별은 나의 별

국민일보

[바이블시론-장윤재] 저 별은 나의 별

입력 2017-10-12 17:36

기사사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대화’라는 책에서 지동설을 주장한 것이 1632년의 일이었다. 당시 교회는 종교재판을 열어 이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 그 후 360년이나 지나 교황은 1992년에 이 재판이 잘못된 것임을 시인하고 공식 사과했다. 신앙과 과학의 문제를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갈릴레이의 지동설이 인류 정신사적으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 중심주의’에서의 탈피였다. 당시 서구인들의 의식 속에서 우주의 중심은 지구였고, 지구의 중심은 인간이었다. 그런데 갈릴레이는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돈다고 선언함으로써 기존 패러다임을 전복시킨 것이다.

찰스 다윈이 ‘자연 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진화론을 주장한 것은 1859년의 일이었다. 당시 교회는 다윈을 원숭이처럼 그리며 그를 몹시 조롱했다. 그런데 다윈의 진화론이 가진 인류 정신사적 함의는 무엇이었나? 그것 역시 ‘인간 중심주의’로부터의 탈피였다. 인간이 자연 ‘밖’에, 자연 ‘위’에 군림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자연 ‘안’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적 존재라는 것이 그 이론의 핵심이었다. 당시 교회는 이것을 신학적 모독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본래 성서의 인간관이다.

‘평화의 기도’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성 프란체스코는 ‘형제 태양과 자매 달의 찬양시’라는 유명한 기도시도 남겼다. “나의 주님, 찬미를 받으소서… 형제인 태양에게서 찬미를 받으소서… 자매인 달과 별들에게서 찬미를 받으소서… 형제인 바람을 통해… 자매인 물을 통해… 형제인 불을 통해… 자매이며 어머니인 대지로부터… 자매인 육신의 죽음을 통해서도 찬미를 받으소서….” 이 기도시에서 인간은 우주만물의 형제요 자매다. 신학적으로 표현하면 우리 모두는 ‘동료 피조물’인 것이다.

현대과학 역시 우주만물이 한 형제요 자매임을 증거한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 중 가장 중요한 원소는 탄소다. 모든 생명 현상에 필수적이라는 이 탄소 원자는 어디서 온 것일까? 빅뱅 우주론에 의하면 우주 대폭발 직후 그 뜨거웠던 우주에서 생성될 수 있는 원소는 수소밖에 없었다. 그런데 태양과 같은 별들의 중심에서 수소 핵융합이 이루어지면 거기서 헬륨이 만들어지고, 헬륨 원자핵 세 개가 융합되면 거기서 비로소 하나의 탄소 원자가 탄생한다. 별들은 이렇게 탄소와 같은 중원소들을 만들어내고 이후 초신성으로 폭발하여 죽지만, 이때 온 우주로 퍼진 ‘별 먼지’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이 만들어지고 거기서 우리 몸이 이루어진 것이다. 성서의 하나님께서 ‘흙’으로 사람을 지으실 때(창세기 2:7) 그 흙이 바로 이 티끌, 즉 별 먼지다. ‘인간’은 이 별 먼지에 하나님께서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셔서 만드신 존재라는 것이 성서의 이야기다. 그러므로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이라는 노래 가사는 신학적으로도 타당한 것이다. 밤하늘의 저 무수한 별들과 내 몸은 한 몸인 것이다.

갈릴레이와 다윈은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서구문명과 중세교회의 ‘숭고한 자존심’을 흔들어 놓았다. 지동설은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서 추방했고, 진화론은 인간을 ‘만물의 영장’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했다. 둘 다 우리 인간이 이 광활한 우주 안에서 절대적으로 특별한 존재가 아닐 수 있음을 천명했다. 당시 교회는 이것을 신에 대한 반역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인간 중심주의’에서의 탈피는 결코 신앙심을 위축시키는 게 아니다. 도리어 신앙의 지평을 확대해주고 풍요롭게 해준다.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고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꾸로 우주 안에서 극히 미미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신의 한없는 사랑과 은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과학 없는 종교는 미신이고, 종교 없는 과학은 흉기다.” 이 거대한 우주에서, 그리고 아주 오래된 생명의 역사에서 인간이 작디작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현대과학의 발견은 기독교 신앙과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다.

장윤재 이화여대 교목실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