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이버사가 이 모양이니 北 해킹 못 막는 건 당연

국민일보

[사설] 사이버사가 이 모양이니 北 해킹 못 막는 건 당연

임무 뒷전으로 미루고 정권에 봉사… 썩은 부위 도려내야 정치중립 이뤄

입력 2017-10-12 17:37
과거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벌였던 정치 개입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는 사이버사가 불법적으로 수집한 여론의 동향을 군 내부 보안전산망 ‘한국군합동지휘통제시스템(KJCCS)’을 통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방부 내 사이버사 댓글사건 재조사 TF는 “사이버사가 과거 군 통신망으로 일일 사이버동향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만 했는데, 군이 사용하는 여러 전산망 중에서 KJCCS가 지목된 것이다. 사실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나 가능했던 군의 추악한 정치개입이 불과 5∼6년 전에 재현됐다는 사실에 분노했던 국민들은 이제는 아예 할 말을 잊었다.

KJCCS는 전시에 지휘부 사이에서 군사작전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산망이다. 평시에는 작전계획과 무기운영체계 관련 비밀문서를 송·수신하는 데 사용한다. 철저한 보안 때문에 사용이 극도로 제한돼 청와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군단급 이상 부대에만 설치돼 있다. 이 전산망에 가수 이효리씨와 야구선수 이승엽씨의 트위터에 어떤 댓글이 달렸는지가 오른 셈이다. 국가안보는 뒷전으로 미룬 채 정권 이익에 봉사했으니 사이버사가 북한 사이버 공격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본래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겠는가. 우리 군의 주요 작전계획이 줄줄이 유출된 것도 그 여파로 볼 수 있다.

최근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결과 발표와 사격장에서의 총기 사망사고 등으로 군이 곤경에 처해 장병의 사기저하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힘들더라도 썩은 부위는 철저하게 도려내야 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휘고하나 수사대상의 범위에 제한 없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밝힐 것이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파헤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것이 가능했던 구조적 결함을 찾아 바로잡는 것이 국방개혁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5조 2항에는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적혀 있다. 쿠데타로 얼룩진 우리 현대사를 고려해 헌법에 군의 정치개입 금지를 규정한 것이다. 군은 국방부의 자체 조사는 물론이고 검찰 수사에도 긴밀히 협조하고 다시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이 생각과 행동에 중심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정치군인들이 탱크를 앞세워 헌정을 유린했지만 지금은 정권을 잡은 정치인이 군을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다.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을 아예 버려야 하는 것이다. 국회 역시 ‘적폐청산’ ‘정치보복’이라는 구호를 내려놓고 군이 헌법이 명시한 본래의 역할을 명예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