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비상식, 영화제 지키자” 힘찬 개막 [22회 BIFF]

국민일보

“블랙리스트 비상식, 영화제 지키자” 힘찬 개막 [22회 BIFF]

‘유리정원’ 개막작으로 21일까지 다채로운 행사

입력 2017-10-12 17:57 수정 2017-10-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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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출연 배우들과 이 작품의 감독,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배우 강수연이 1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강수연 임정운 서태호 박지수 문근영 신수원 김태훈.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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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부산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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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힘차게 막을 올렸다. 곳곳에 패인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았지만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서 달린다. 오는 21일까지 열흘간 이어지는 올해 영화제에서는 전 세계 76개국에서 초청된 300편의 작품들이 관객을 만난다.

영화계의 반발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지난해보다 한층 활기가 감돈다. 여전히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조 3개 단체가 보이콧을 진행 중이지만, 참석 여부를 각자 재량에 맡기기로 하면서 숨통이 틔었다. 영화인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개·폐막식 사회를 모두 국내 배우들이 맡는다. 장동건 임윤아가 영화제의 문을 열고, 김태우 한예리가 닫는다. 이들을 포함한 국·내외 영화인 198명이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는다.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 폐막작은 대만 감독 겸 배우 실비아 창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상애상친’이 각각 선정됐다.

개막일인 1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신 감독은 “참석 여부를 놓고 고민이 있었지만 부산영화제가 계속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 독립·예술영화인들에게 영화제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편 ‘순환선’(2012)으로 제65회 칸영화제 카날플뤼스상을, 장편 ‘명왕성’(2013)으로 제63회 베를린영화제 수정곰상 특별언급상을 거머쥔 신 감독은 양대 영화제 수상 이력을 가진 국내 최초의 여성감독이다.

그는 신작 ‘유리정원’에 대해 “확고한 이상을 가진 과학도가 타인의 욕망에 의해 꿈이 짓밟힌 뒤 무명 소설가를 만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판타지 영화”라며 “상처를 입었지만 자기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이상을 실현하는 인물을 그리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주인공은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 재연(문근영). 그는 사랑하는 이(서태화)에게 배신을 당한 뒤 숲속 유리정원 안에 스스로를 가둔다. 우연히 재연의 삶을 알게 된 무명작가 지훈(김태훈)은 재연을 훔쳐보며 그에 대한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소설의 충격적인 내용으로 인해 세상은 발칵 뒤집히고, 재연이 그 중심에 서게 된다.

급성구획증후군으로 7개월간 투병한 문근영은 이 작품으로 건강한 복귀를 알렸다. “부산영화제에서 출연작을 선보이는 건 처음”이라는 그는 “훼손된 순수함을 지키고자 하는 인물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느꼈고, 그를 잘 표현해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며 “(연기하기) 힘든 적도 있었지만 재연으로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전했다.

극 중 설정을 통해 4대강 사업을 간접 비판한 신 감독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정권에서 블랙리스트라는 것을 만들어 문화예술인을 옥죄는 건 비상식적인 행위”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표현의 자유를 막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강수연 집행위원장도 “영화제를 대표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지금까지 부산영화제를 키워주신 건 관객들”이라면서 “어떠한 정치·사회·경제적 상황이 닥쳐도 영화제의 주인은 관객이다. 아름다운 영화들이 계속 나오고 그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이 주인인 영화제는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부산=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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