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위해… 남친 부모 생일…” 개인정보 마구 뒤진 공무원들

국민일보

“카풀 위해… 남친 부모 생일…” 개인정보 마구 뒤진 공무원들

김승희 의원 복지부 자료

입력 2017-10-17 05:00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인 A씨는 지난해 동료직원과 야근하다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행복e음’에 접속해 동료 집주소를 검색했다. 퇴근할 때 동료와 카풀(자동차 함께 이용하기)을 하기 위해 같은 방향인지 확인했다. 공무원 B씨는 남자친구 부모님의 생일을 챙겨드리고 싶어 행복e음에 들어갔다. 남자친구 부모의 생년월일이 담긴 개인정보를 열람했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구청·동사무소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복지사업을 위해 구축한 행복e음의 개인정보를 오남용한 것으로 의심돼 소명요청을 받은 사례가 1만7858건이었다. 이 가운데 부적절한 개인정보 확인으로 판정받고 징계로 이어진 경우는 2213건(12.4%)으로 집계됐다.

사회보장정보원이 운영하는 행복e음은 각종 복지사업 정보와 지원대상자의 자격정보, 수급이력정보를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민원에 더 적절히 대응하고, 지원대상자의 수급자격이 유지되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4700만여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기본정보뿐 아니라 학력·질병이력·소득재산 등 762종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

심심해서, 무심코 개인정보를 조회했다는 게 공무원들의 변명이었다. 친동생의 개인정보를 열람했다가 개인정보 오남용 의심을 받은 C씨는 “민원인이 없어 심심했다”고 해명했고, D씨는 “동료직원이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조회를 했다”고 소명했다. 시스템 기능을 익히던 중 무심코 같은 업무를 다루고 있는 직원의 이름을 입력했다가 걸려 1개월 감봉 조치를 받은 공무원도 있었다. 일부는 소명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오남용 유형별로는 직원정보 등을 업무 외 목적으로 조회하는 ‘열람유의대상자 조회’가 1121건(50.7%)으로 가장 많았고, 업무별로 정보에 대한 접근권한이 다른데도 본인 ID를 권한이 없는 직원에게 빌려준 경우가 792건(35.8%)으로 뒤를 이었다.

복지부나 지자체의 징계는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5년간 복지부는 545건에 대해 징계 요구했지만 경고가 364건(66.8%)으로 가장 많았다. 감봉·견책 등 경징계를 요구한 사례는 68건이었지만 실제 지자체가 이행한 경우는 9건에 불과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개인정보를 오남용할 경우 복지부 장관이 수사기관에 고발할 권한도 있지만 고발 조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해임 등 중징계가 이뤄진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일선에서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공무원들의 인식이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 요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 오남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공무원을 대상으로 개인정보취급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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