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 칼럼] 제4차 아베내각 출범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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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래 칼럼] 제4차 아베내각 출범을 우려한다

입력 2017-10-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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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강아지가 늑대 무리에 섞여 사는 동안 저렇게 돼버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회사원이었을 때 상사였던 사람이 회고한 아베 총리에 대한 평가다. 논픽션작가 아오키 오사무가 ‘일본회의의 정체’(2016)에서 그리 소개하고 있다. 아오키는 아베가 일본 정계의 순수 우파혈통으로 주목받으면서 단숨에 정계의 정점으로 뛰어올랐으며 그 과정에서 일본 우파인사들의 총집결체인 일본회의와 관계를 맺어왔다고 지적한다.

바로 그 아베 총리가 22일 실시된 중의원선거를 통해 4차 아베내각의 중심에 다시 설 것 같다. 회사원 시절 상사의 평가처럼 ‘늑대 무리’에 물든 탓에 국회해산을 밥 먹듯 하면서까지 주장을 관철할 정도로 배포가 커졌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행보가 이전보다 강성으로 펼쳐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사실 10여년 전 아베 총리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그가 2006년 9월 전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바통을 잇게 된 데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강경한 자세가 크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안팎의 평가는 별로였다. 예컨대 미국 컬럼비아대 제럴드 커티스 석좌교수는 2006년 한 인터뷰에서 “아베는 몸과 마음과 머리가 모두 약하다”고 혹평할 정도였다.

특히 총리 재임 1주년을 앞둔 2007년 9월 13일 갑자기 총리직 사임표명을 한 것에 대해선 두고두고 논란이었다. 그해 7월 벌어진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의 참패가 원인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그 선거 직후 아베 총리가 내각의 진용을 새로 짜고 소신표명까지 했기에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만성 궤양성대장염에 과로가 겹쳐 발생한 격심한 복통 탓이라고 했다. 어떻든 그렇게 그는 물러났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5년 만인 2012년 9월 그는 다시 자민당 총재로 복귀한다. 이어 그해 12월 벌어진 중의원선거에서 그는 ‘새로운 일본’을 깃발로 내걸고 자민당의 압승을 이끌며 2차 아베내각의 꽃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아베 총리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여파로 휘청거리는 일본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아베노믹스를 앞세우는 한편 평화헌법 개정에도 힘을 쏟았다. 어떻든 이후 일본경제는 회복세를 보였다. ‘질풍노도의 아베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미 2007년의 그가 아니었다. 정책에 대한 반발이 나오면 중의원해산이라는 강수로 일관했다.

실제로 2014년 12월 중의원해산과 자민당 압승은 그를 크게 고무시켰을 것이다. 기세를 몰아 그는 급기야 올 5월 ‘2020년 신헌법 시행’을 공언한다. 그간 숱하게 개헌을 주장해 왔어도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다만 그즈음 불거진 사학스캔들 탓에 지지율이 추락하자 그는 중의원해산 카드를 다시 들고 나왔다. 그러곤 북한 도발을 앞세운 ‘국난돌파해산’이라고 명명했다.

자의적인 국면전환용 해산이 분명한데도 선거는 자민당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기묘했다. 한때 30%대를 밑돌기까지 했던 3차 아베내각의 지지율은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로 인한 위기감 덕분에 살아났다. 물론 야당의 무기력한 대응과 분열도 한몫했다. 결국 또 한번의 ‘중의원해산-선거승리’를 거쳐 아베 총리는 다음달 1일 제4차 아베내각을 출범시킬 태세다.

솔직히 걱정이다. 2012년 화려한 부활, 2014년과 2017년의 거듭된 중의원해산-선거승리 등으로 아베 총리의 오판을 부추길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전전 일본은 서구 제국들과 협조적이고 종속적인 입장을 취했다가 192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만주사변-중일전쟁-태평양전쟁-패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던가. 바로 오판 탓이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를 펴낸 바 있다. 그의 ‘아름다운 일본’의 출발점은 전쟁포기·전력비보유를 담은 평화헌법 9조의 수정이다. 물론 그것이 설혹 관철된다 해도 과거처럼 일본발(發) 침략전쟁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우리의 우려는 애국심 강한 아름다운 일본을 꿈꾸는 그의 행보 탓에 전후 70여년 갈망해온 동아시아의 평화·협력 틀 마련이 영영 어려워지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동아시아의 문제아는 북한 하나로도 버겁다. 중국의 패권주의 경향도 위태롭게 보이는 판국에 일본마저 경직적으로 표변한다면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는 그야말로 위기의 각축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누구든 지나친 자기애에 매몰되면 현실인식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동아시아는 전후 청산도, 냉전 탈피도 아직 미완결 상태가 아닌가. 아베 총리는 일본이 그 원인의 한 축을 이루고 있음을 대체 언제까지 외면할 셈인가.

조용래 편집인 jubi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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