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대북 독자 제재, 동맹국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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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대북 독자 제재, 동맹국의 도리다

입력 2017-10-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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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25일 ‘정세논설’을 통해 이례적으로 유엔을 비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주권존중과 내정불간섭의 원칙이 무시되고 미국의 세계 제패정책을 합리화해주는 결의들이 날치기로 채택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따라서 유엔총회 권한을 강화해 제재 같은 안보리 결의들을 최종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날로 강화되는 대북 제재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하다는 걸 읽을 수 있다. 유엔 결의를 버젓이 위반해 제재를 자초한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이라는 근본원인은 도외시한 채 제재라는 결과만 문제 삼으려는 언어도단이기도 하다.

요즘도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 강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이 특히 그렇다. “미국과 거래하든지, 북한의 불법정권을 돕든지 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북한을 옥죄는 카드를 잇달아 내놓는 중이다. 최근 미 하원이 통과시킨 이른바 ‘오토 웜비어법’은 전방위적인 압박 법안이다.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와 금융기관 및 기업·단체에 대해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전면 금지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지식 및 기술 지원과 사이버 범죄행위와 관련된 기술 지원까지 제재 대상으로 명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다녀온 선박과 비행기에 대해 180일 동안 미국 입항 금지를 발표하는 등 취임 이후 네 차례 독자 제재안을 내놨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에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과 찰떡 공조를 자랑하는 일본은 발 빠르게 독자 제재안을 발표한 상태다. 대북 석탄 수입과 파견 노동자 수용, 금융서비스 제공 등에 관여한 중국과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6개 기업과 개인 2명을 자산동결 대상에 추가했다. 유럽연합(EU)은 북한과 북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모두 금지하고, 대북 송금한도를 1인당 1만5000 유로에서 5000 유로로 줄였으며, 정유제품과 원유 수출을 차단했다. 영국은 북한 군수공업부의 리병철 제1부부장 등 북한인 3명과 능라도 무역회사 등 북한 기관 6곳을 제재명단에 추가해 자산 동결과 거래 중단 조치를 취했다. 대만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면서도 북한 핵실험으로 지역안보가 위험해졌다면서 액화천연가스 등의 대북 수출을 중단하고, 북한산 의류 수입을 금지시켰다.

이렇듯 세계 곳곳에서 김정은 고립 조치들이 착착 시행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 액수는 급감 추세다. 북한은 국가적 차원의 피해조사위를 가동해 제재에 따른 피해 상황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제재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소극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의 2차 시험발사 직후 독자적 대북 제재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나 지금까지 3개월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청와대와 외교부, 통일부는 이구동성으로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검토하는 단계”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되레 대북 지원을 모색 중이다. 지난달 영유아와 임산부 등 북한 취약계층을 돕는 데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북 여론이 나쁜 점을 의식한 듯 지원 시기는 구체적으로 못 박지 않았지만 국제사회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에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북한의 기술·경제인 양성 등의 명목으로 엄청난 예산이 책정돼 있다.

실효성 있는 독자 제재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독자 제재안을 발표하면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는 부작용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 국면이다. 미국과의 공조 강화가 최우선이다. 독자적인 제재안도 없이, 남북대화를 염두에 둔 대북 지원책을 강구하면서 미국 앞에서는 대북 압박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으니 미국이 굳건한 믿음을 가질 수 있겠는가. 미국은 우리 정부에 수차례 독자 제재를 요구했다고 한다. 미국의 독자 제재안에 대해 정부가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끈다는 한·미 양국의 공동 노력에 기여할 것”이라고 립서비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음달 7∼8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단단한 신뢰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뛰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독자 제재 행렬에 동참하는 게 바람직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독자 제재안을 벤치마킹하는 수준이라도, 대북 심리전 강화 등 상징적인 조치라도 괜찮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즈음해 우리가 동맹국으로 할 바를 다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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