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교회에 ‘따뜻한 겨울’ 선물

국민일보

미자립교회에 ‘따뜻한 겨울’ 선물

‘냉난방선교회’ 정화건 목사

입력 2017-11-07 00:00 수정 2017-11-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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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건(수원 신나는교회) 목사가 지난 8월 경기도 이천 대서감리교회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있다. 정화건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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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게 지내는 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운이 아니다. ‘냉난방선교회’는 여름에는 더위에, 겨울에는 추위에 시달리는 미자립교회를 찾아다니며 보일러 난방기 에어컨 등을 설치해 왔다. 20년째 홀로 냉난방선교회 사역을 이어오고 있는 정화건(수원 신나는교회·사진) 목사를 지난달 25일 경기도 수원 주택가에 있는 교회에서 만났다.

정 목사는 1997년 강원도 정선의 한 탄광지역에 전도사로 처음 부임했다. 그해 겨울 추위는 혹독했다. 외환 위기 여파로 유류비가 3배나 올랐다. 그는 겨울을 어떻게 날지 고민하다 주택가에 버려진 연탄을 보고 직접 연탄·석유 겸용 보일러를 만들었다.

첫 사역지는 정선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역하고 있는 가난한 전도사의 집이었다. 전도사 자녀들은 차가운 공기 속에 콜록이며 폐렴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정 목사는 이 소식을 듣고 찾아가 보일러를 설치했다. 그날 밤 전도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도사님, 창문이랑 방문까지 다 열었는데 방이 너무 더워요. 어떻게 하죠?”

정 목사는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찬송가 338장)를 부르며 낡은 다마스 차량을 타고 눈 덮인 강원도 산길을 누볐다. 2001년 수원으로 이사할 때까지 66개의 보일러를 설치했다.

2007년부터는 교회가 이전하면서 남기거나 기증 받은 냉난방기, 에어컨을 미자립교회에 설치하는 사역을 시작했다. 경기도 오산의 한 교회에 에어컨을 처음 설치한 이후로 연락이 이어졌다. 그가 거쳐 간 곳은 미자립교회, 노인요양원, 경제 형편이 안 좋은 가정 등 500여곳에 이른다. 그해 7월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오산지방에서 감사패를 받으면서 냉난방선교회라는 이름을 얻었다.

정 목사는 지난 5월 왼쪽 새끼손가락 끝마디가 절단되는 큰 사고를 당했다. 드릴로 작업하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부상도 사역에 방해가 되진 못했다. 그는 오히려 상처를 자랑스러워했다. “안중근 의사의 잘린 손가락을 늘 부러워했는데 이제 저도 하나님의 일을 한 흔적을 갖게 된 셈이지요.”

정 목사를 찾는 손길은 많은데 기증 되는 난방기나 에어컨 숫자는 부족한 형편이다. 최근에도 충남 논산 한 교회의 월동을 돕기 위해 난방기 기증을 요청한 상태다.

그의 작은 다마스 차량 짐칸과 교회의 방 한쪽에는 언제든 설치될 준비가 된 자재와 공구로 가득하다. 그는 “저를 찾는 모든 교회를 다 내 교회로 여긴다”며 “먼 곳에서 부를수록 더욱 기쁜 마음으로 달려간다”고 말했다.

수원=글·사진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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