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경력단절 전도사님 걱정 마세요”

국민일보

“출산 후 경력단절 전도사님 걱정 마세요”

신학교가 내놓은 ‘교계 저출산 대책’ 큰 호응

입력 2017-11-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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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애(28) 서울 신촌장로교회 어린이부 전도사는 지난 2월 11일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예정일보다 두 달 먼저 출생하면서 사역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다행히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임성빈)의 ‘사역 잇기 프로젝트’를 통해 대체 사역자를 구할 수 있었다.

조 전도사는 7일 “이 프로그램 덕분에 90일간 출산휴가를 받아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하는 아들을 돌보며 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회의 여교역자 중 상당수는 출산과 동시에 교회를 떠나고 있다. 육아휴직은커녕 교회에서 출산휴가조차 받지 못해 사임하는 경우가 적잖다. 오랜 시간 신학교육을 받았지만, 출산과 동시에 경력이 단절되는 것은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교회나 신학교로서도 큰 손실이다. 장신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과 지역교회의 협력을 전제로 하는 교학(敎學) 협력 프로그램, ‘사역 잇기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출산을 앞둔 교역자가 있는 교회에서 학교 측에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히는 것부터 시작된다. 학교는 출산예정일을 앞두고 미리 학부 학생 및 대학원생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대체 사역자를 선발한 뒤 출산 시기에 맞춰 해당 교회로 파송한다. 예정된 출산휴가 기간이 끝나면 기존 사역자는 다시 복귀해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다.

이 기간에 학교는 대체 사역자에게 매월 장학금 50만원을 지급한다. ‘사역 잇기 장학금’을 기존 장학금과 중복해서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제도는 여교역자의 모성보호를 위한 시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여성 목회지망생들에게 다양한 현장 경험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윈-윈’의 의미가 있다. 장신대 신대원 1학년생 설지혜(43)씨는 지난 2월 18일 출산한 고척교회 유년1·2부 차희원 전도사를 대신할 사역자로 선정돼 석 달 동안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설씨는 “신대원 1학년생이 사역할 교회를 찾는 게 쉽지 않아 고민이 크던 중 이 프로젝트에 지원했다”며 “고척교회에서 사역하는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기회가 있다면 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장 교회들의 반응이 뜨겁다. 학교가 대체 사역자를 파송하고 장학금까지 지급하는 프로젝트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교회로서는 여성 사역자에게 90일까지 출산휴가를 줄 수 있고, 대체 사역자에게 목회훈련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서울 고척교회를 비롯해 신촌장로교회, 영락교회, 높은뜻섬기는교회, 신일교회 등이 사역 잇기를 통해 여성 교역자에게 출산휴가를 줬다. 서울 높은뜻광성교회와 효성영광교회는 현재 사역 잇기가 진행 중이다. 서울 꿈의숲교회와 산돌교회는 12월 출산 예정인 교역자들을 대체할 사역자를 보내달라고 학교에 신청해 둔 상태다.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수혜자였던 고척교회 조재호 담임목사는 “그동안 여교역자가 출산하면 내부에서 대체 사역자를 찾거나 사임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임하시는 분도 경력이 단절돼 안타깝지만 교회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는데 그런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참신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 교회와 신학교 간의 매우 성공적인 협력 사례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교회가 혼자 해결하지 못하던 일을 신학교가 나서서 지원하자 교회들도 더욱 적극적이고 발전적인 방식으로 사역 잇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서울 양천구 산돌교회는 대체 사역자의 장학금을 학교로 보냈다. 박재필 장신대 글로컬현장교육원 교수는 “학교의 배려가 고맙다고 교회가 대체 사역자 사례비를 부담하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면서 “학교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회와 협력도 하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사역 훈련 기회도 주게 되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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