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변검사 죽음에 공안검사들 격앙… 애도하되 수사 흔들진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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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 변검사 죽음에 공안검사들 격앙… 애도하되 수사 흔들진 말아야

입력 2017-11-07 19:11 수정 2017-11-0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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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수사 중 자살 반복됐지만
매번 “강압수사는 없었다”

동료 갑작스런 죽음 뒤에야
檢 지휘부·수사팀에 원성


수사가 직업인 검사가 수사를 받다가 몸을 던져 숨졌다. 개인과 가족, 조직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에게 커다란 비극이다.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6일 오후 4시쯤 끝내 사망하자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수사팀은 곧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 20분 뒤 “재직 중 따뜻한 마음과 빈틈없는 업무 처리로 위아래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아온 변 검사의…”라는 서울중앙지검 명의의 문자메시지가 기자들에게 전송됐다. 애도의 격을 올린 셈이다.

사실상 검찰 구성원들을 향한 제스처로 읽힌다. 변 검사의 사망을 두고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을 성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정권 교체 뒤 변방으로 밀리고, 찬밥 취급을 받아 온 공안 분야 검사들에겐 공안통 선배의 갑작스런 죽음이 누적된 불만을 터뜨리게 한 계기가 된 것 같다.

조문을 하려 빈소를 찾은 문무일 검찰총장 면전에서 현직 지청장이 “변 차장은 억울하다, 억울하다!”고 고함친 장면은 이런 기류의 단면을 보여준다. 영정 앞에서 눈물을 보였던 문 총장은 마치 죄인처럼 세 시간가량 고개를 떨군 채 자리를 지키다 돌아갔다. 변 검사의 죽음에 동료 검사들이 비통해하고 분노를 드러내는 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수사가 무리하게, 거칠게 진행된 것 같다”는 말도 수사팀 밖 검사들한테서 나왔다.

그간 검찰 수사를 받았던 기업인이나 공직자 등이 숱하게 했던 항변이다. 그런데 검사가 검사의 강압수사를 주장하는 상황은 자기부정 행위를 보는 듯 어색하고 낯설다. 지난 10년간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자살한 이가 100명은 넘는다. 유족들은 검찰 탓을 했지만, 그때마다 검찰은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하거나 아예 무반응이었다. 일주일 전 변 검사와 같은 팀에서 일했던 국정원 소속 변호사가 숨진 채 발견됐을 때도 검찰은 한마디 애석함을 표명하지 않았다. 동료 검사의 갑작스런 죽음 뒤에야 칼 든 자의 섬뜩함을 새삼 알게 됐다는 걸까. 일부 검사의 울분이 검사가 아닌 이들에게 얼른 공감받기 어려운 건 성찰이 빠진 감정 표출로도 보이기 때문이다.

변 검사는 수사가 시작된 후 지인들에게 억울함과 배신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2013년 4월 인사발령에 따라 국정원에 파견된 지 보름 만에 압수수색이 진행됐는데 내부사정 파악도 안 된 외부인에게 책임을 지우려한다는 것이었다. 국정원 직원들이 하나같이 파견검사들이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고립무원 상태라 압박감은 더 컸을 수 있다.

그러나 변 검사가 받았던 수사·재판 방해 혐의는 특히 법률가로서 가볍지 않다. 공범들은 전원 구치소로 갔다. 앞서 구속된 국정원 간부의 입에서 4년 전 가짜 사무실이 있었다는 얘기가 튀어 나왔을 때 수사팀이 이를 덮기도 어려웠을 터다.

변 검사를 애도한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수사 흔들기나, 또 다른 수사 방해 요소가 돼서는 곤란하다. 지금처럼 위에서 떨어지는 과거 정권 수사는 분명 위험성을 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껏 달리는 수사에 브레이크를 걸 때는 아직 아니지 않나.

지호일 사회부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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