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경비원 수난시대, 이 서민아파트는 다르네… 80세 ‘아저씨’ 위해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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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만한 세상] 경비원 수난시대, 이 서민아파트는 다르네… 80세 ‘아저씨’ 위해 모금

입력 2017-11-0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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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착한 경비원 아저씨와 마음 따뜻한 주민들이 그곳에 살고 있었다. 지난 8월 건강 문제로 일을 그만두려던 80세 경비원 박수홍씨가 한 주민과 손가락을 걸고 아파트를 떠나지 않기로 약속하고 있다. 송원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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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 힘내세요.”

대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건강 문제로 일을 그만두게 된 80세 경비원에게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28년 된 송원맨션(대구 수성구 파동)에는 착한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미담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 아파트에서 15년 동안 근무한 박수홍씨가 지난달 말 폐렴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됐다. 평소 친절하고 일도 열심히 했던 박씨를 지켜본 주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을 위해 일하다 몸이 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박씨가 치료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주민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입주민대표자회의와 부녀회는 이달 초부터 집집마다 방문해 모금을 했다. 부녀회장은 휴대전화 단체 채팅방에 소식을 알렸다. 전체 230여 가구 중 200여 가구가 적게는 1000원부터 많게는 10만원까지 성금을 냈다. 주민들은 지난 6일 아파트를 찾은 박씨에게 모은 성금 350만3000원을 전달했다. 박씨는 “일하면서 월급을 받았는데 이 돈까지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정말 큰 감사를 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주민들이 다들 나선 것은 평소 성실하고 따뜻했던 박씨의 모습 때문이다. 주민들을 보면 늘 웃으면서 먼저 인사하고 동네 아이들은 손주처럼 반겼다. 새벽부터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아 주민들이 “좀 쉬세요”라고 할 정도였다. 일부 주민은 “경비 아저씨 추우면 안 된다”며 전기매트를 경비실에 가져다 놓았다. 올여름에는 주민들이 경비실에 에어컨까지 설치했다.

하지만 연로한 박씨는 주민들을 돌보는 일이 점점 힘들어졌다. 건강 문제로 지난 8월 그만두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간청으로 계속 일을 하다 지난달 병원에서 폐렴 진단을 받았다.

최현득(71) 입주민대표는 8일 “여름에 개별난방 공사를 하느라 쓰레기가 많이 나와 일이 평소보다 두세 배 많았는데 그것 때문에 몸이 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죄송하다”며 “주민들을 위해 고생하셨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모금에 앞장선 전순자(58·여)씨는 “주민 모두가 경비 아저씨를 아끼는 마음으로 모금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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