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신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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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신앙인

11월의 주제 : 배려

입력 2017-11-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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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하자마자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노동선교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군사정권의 탄압으로 노동자들과 만나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의기소침하던 어느 날, 공동번역 성경을 읽다가 마음이 뻥 뚫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를 그리스도의 개선행진에 언제나 끼워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고후 2:14) 이때 ‘끼워주신다’는 단어가 얼마나 감동적으로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턱없이 부족하고 자격도 없지만, 하나님의 배려로 늘 주님의 개선행진에 참여하게 된다는 말씀을 통해 큰 용기를 얻어 즐거운 마음으로 사역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배려와 달리 인간의 배려는 쉽지 않습니다. 성경 속 ‘탕자의 비유’를 보면 큰아들의 처신이 참 아쉽습니다. 거지꼴로 돌아온 동생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있었으면 아버지의 환영 잔치를 이해하고 함께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또 다른 탕자가 되고 맙니다.

한국교회의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를 우습게 만들고, 사회문제로까지 불거진 명성교회 세습사건을 창피하게 여기다 대형교회의 전환을 꿈꿔 봤습니다. 대형교회가 작은 교회들을 배려하면서 기성교인들의 수평이동을 제한하고 교회자원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립과 갈등, 양극화가 심각한 한국사회에 관용의 영성을 심을 수 있지 않을까요.

숲의 나무들 사이에서는 경쟁보다 상호공존을 위한 배려의 지혜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 연구진은 숲의 식물들이 균사체 일부를 공유하며 서로를 연결하는 땅속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놀랍게도 햇빛을 받은 자작나무는 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그늘진 곳의 전나무에 당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002년 10개월간 호주 멜버른에서 안식년을 가졌습니다. 가까운 호주교회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나이 든 교우들이 베트남, 태국, 한국 등에서 온 우리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지극정성으로 영어를 가르쳐 줬습니다. 다문화 사회인 호주가 어떻게 사회통합을 이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사회통합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양극화와 불평등, 이주민과의 사회통합, 통일 이후 남북민의 통합 등입니다. 법과 제도를 넘어 개개인들이 배려와 관용의 태도를 가질 때, 비로소 더불어 사는 나라를 세울 수 있다고 봅니다.

예수님의 ‘가르치고, 복음을 선포하며 아픔을 고쳐주신’ 3중 사역의 뿌리는 “불쌍히 여기신”(마 9:36) 배려에서 나온 것입니다. 주님처럼 남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는 공감하는 능력을 키울 때, 비로소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신앙인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면 종교개혁의 변혁 정신을 실천하며 더불어 사는 새 세상을 일궈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근복 목사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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