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영석] 코드원

국민일보

[한마당-김영석] 코드원

입력 2017-11-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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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의 공식 명칭은 공군 1호기다. 코드원(Code One)은 공항 관제탑에서 대통령이 탄 비행기를 부르는 콜사인(Call Sign)이지만 대통령 전용기를 뜻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기종은 B747-4B5로, 평소엔 서울공항에 단거리 해외 순방용인 공군 2호기와 함께 격납돼 있다.

대통령 전용기 역사는 군용기에서 시작됐다. 한국전쟁 중 이승만 대통령이 이용했던 C-47 다코다 수송기가 시초다. 1954년부턴 주한미군으로부터 L-26 경수송기를 받아 활용했다. 최초 전세기는 록히드사 항공기다. 60∼90인승 프로펠러 항공기다. 61년 박정희 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방미할 때다. 64년에는 서독 정부가 루프트한자의 도쿄-프랑크푸르트 노선 항공기 일등석을 비워 김포공항에 기착시킨 뒤 박 대통령 일행을 태워 서독으로 갔다.

전용기 모양새를 갖춘 것은 66년 더글러스사 VC-54 수송기를 도입하면서다. 92년까지 사용됐다. 현재 강원도 강릉 통일안보공원에 전시돼 있다. 85년엔 제트 여객기를 전용기로 처음 들여왔다. 90년대 후반부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민항기를 번갈아 개조해 사용했다. 해당 항공사 회장은 수행원으로 항상 탑승했다. 대통령이 탑승한 항공기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취지였다. 위험천만한 적도 있었다. 2011년 아랍에미리트로 향하던 중 이륙 30분 만에 나사 불량으로 회항했다. 이듬해엔 미국 인터넷 사이트에 전용기 항로가 노출된 적도 있었다.

지금의 전용기는 엄밀히 말해 전세기다. 2010년 대한항공과 장기 임차형식으로 도입했고, 2014년 5년 추가 계약을 맺었다. 임차 기한은 2020년 3월까지다. 도입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도입을 추진했으나 한나라당이 반대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재도전했지만 공수가 바뀐 야당이 발끈했다. 2010년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 시절 구매 반대를 사과하면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보잉사와 협상 과정에서 가격 차이로 백지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필리핀을 방문하고 있다. 세계 정상들이 집결하는 이와 같은 국제행사 때 해당 도시의 공항 계류장은 국격의 경연장이다. 자국 국기가 그려진 여러 대의 전용기들 사이에 서 있는 우리 전용기를 보면 기가 죽는다. 미국과 일본 등은 동시에 2∼3대씩 띄우기도 한다. 과시용이 아니라 우리 수준에 맞는 코드원을 갖출 때가 됐다.

글=김영석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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