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형 교회 시대가 온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숙… 교회 개혁의 주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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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형 교회 시대가 온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숙… 교회 개혁의 주역으로

<1> 왜 작은 교회인가

입력 2017-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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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교회, 이른바 '강소(强小)형 교회'가 한국교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소형 교회는 교회건물 증축이나 교인 수 증가엔 관심이 없다. 대신 교회가 커지면 분립(쪼개기)에 나서고, 지역사회와 주민 속으로 파고들어가며, 다음세대를 키우는 데 힘을 쏟는다. 5회에 걸쳐 교인 수 300명 미만의 강소형 교회 현장을 들여다보고 작은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조망해본다.

경기도 성남의 한모(37)씨는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교회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에게 교회는 헌금과 봉사를 강요하는 곳일 뿐이었다. 한씨는 동네에 있는 교인 수 10명 남짓의 A교회에 몸담으면서 색안경을 벗었다. 헌금이나 봉사를 강요하지 않고 일상을 편하게 나누며 서로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한씨는 “공식 모임은 화요일 성경 공부와 주일 예배지만 거의 매일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기도제목을 나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하모(41)씨는 청년이 많은 서울의 유명교회에 다녔다. 체계적 프로그램, 젊은 분위기 등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목사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수직적 구조가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결국 3년 전 서울 동작구에 있는 출석 교인 70명 규모의 B교회로 옮겼다.

하씨는 “대형교회 같은 수직적 구조 없이 모두가 수평적인 관계에서 지지고 볶으며 가족처럼 신앙생활하고 있다”며 “교인들이 서로 친하다 보니 지역사회의 필요를 어떻게 채울까 함께 고민하며 동네 도서관 만들기, 공유주택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 교회가 교회 개혁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숙을 추구하고, 목회자 중심의 수직적 구조를 벗어나 수평적 가족공동체를 지향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강소형 교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기존 교회의 모습에 실망한 가나안 성도의 증가, 포스트모던 시대에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원론적으로 고민하고 사역을 모색하는 ‘선교적 교회’의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교회 규모를 키우는 데 치중하기보다 자기만의 사역 정체성을 가진 작고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나가자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는 배경이다.

국민일보가 지난 3월 발표한 ‘한국교회 개혁 실천 과제’ 설문조사(국민일보 2017년 3월 15일자 30면 보도)에 따르면, 평신도가 꼽은 주요 개혁과제는 ‘목회자의 권위·교권주의 내려놓음’(47.2%) ‘지역사회·공공성 지향’(32.9%) ‘양적성장 지양’(28%) 등의 순이었다. 성직중심주의와 개교회중심주의, 성장지향주의의 탈피를 개혁의 핵심 과제로 꼽은 것이다.

작은 교회는 이 같은 개혁과제를 실천할 주된 토양이 될 수 있다. 규모가 작고 인력과 재정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작은 교회는 대형교회보다 의사소통이 쉽고, 목사와 평신도 간 대화의 기회가 많아 수평적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다”면서 “제한된 재정과 인력 때문에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다른 교회나 지역주민과의 연합 사역에 열린 자세를 갖게 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의 전체 교회 중 대부분은 작은 교회다. 한국교회 80% 이상은 교인 수 300명 미만의 소형교회다. 대표적인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2015년 기준 8843개 교회 중 재적 교인 수 300명 미만의 교회가 7422개(84%)였고 100명 미만인 교회가 3986개(63%)나 됐다.

전문가들은 교회 생태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작은 교회가 규모를 키우려고 경쟁하기보다 역동적으로 새로운 사역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희송 청어람ARMC 대표는 “양적 성장 중심의 60∼70년대식 교회 운영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작은 교회들이 지역주민이나 다른 교회들과 연합사역을 펼치며 공존 방법을 찾아야 교회 생태계가 성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대형교회처럼 백화점식 사역을 하기보다 작은 교회가 저마다 중점 사역을 선정해 집중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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