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사회의 저급한 성의식 드러낸 간호사들의 춤

국민일보

[사설] 우리 사회의 저급한 성의식 드러낸 간호사들의 춤

입력 2017-11-13 17:59 수정 2017-11-13 21:48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일송재단 소속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재단 체육대회 장기자랑에 동원돼 배꼽과 어깨,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옷차림을 하고 선정적인 춤을 단체로 추는 장면은 분노를 넘어 슬픔을 자아낸다. 우리 사회의 성의식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SNS로 확산된 동영상에는 “기쁨조냐” “시키기 전에 자신의 딸들이 저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답이 나오는 거 아니었나” “완전 북한이다”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매년 행사 때마다 윗선에서 신입 간호사들에게 이러한 의상과 안무, 심지어 야한 표정을 강요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인명을 살린다는 사명감으로 직업을 택했을 젊은 간호사들이 나이 든 재단 관계자들이나 환자들 앞에서 춤을 추면서 느꼈을 수치심과 절망감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성심병원의 인권침해와 부당 노동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임신한 간호사에게 각서를 쓰게 하며 야간근무를 시키고 겹치기 임신을 피하도록 ‘임신 순번제’를 강요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모성보호를 위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용노동부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면 관련자를 엄벌해야 마땅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돼 있는 성불평등 문화와 갑질 문화다. 성심병원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간호사 대다수가 여성이다 보니 병원 내 성추행 등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대한간호협회 관계자의 말이 과장은 아닐 것이다. 간호사를 인격체로 보지 않고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여기는 천박함이 놀라울 뿐이다. 최근 한샘 등에서 불거진 직장 상사에 의한 여직원 성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여성을 동등한 동료로 대하지 않고 희롱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비슷한 사건은 또 일어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양성평등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성폭력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미국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파문 이후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백하는 ‘미투(#Metoo) 신드롬’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수사를 받거나 장관이 사퇴하고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성폭력에 관대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