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9인 체제, 양심적 병역거부 등 밀린 사건 심리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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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9인 체제, 양심적 병역거부 등 밀린 사건 심리 ‘속도’

입력 2017-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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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신임 헌법재판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강당에서 취임식을 가진 뒤 동료 재판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선애 서기석 김창종 유남석 재판관,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이진성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은 해외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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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관 취임으로 완비… 산적한 과제들
9개월여 만에 정상화 ‘숨통’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 될 것”
접수 180일 넘은 미제 사건
8월 말 현재 545건 ‘수북’

유남석 신임 헌법재판관은 13일 공식 취임과 함께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재판관실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 후보자는 김헌정 사무처장이 지난 8일까지 사무차장으로서 쓰던 공간에 임시로 머물며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소장실은 여전히 비어 있지만 헌재 청사 내에 헌법재판관 9인 모두가 있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소장이 퇴임한 후 헌재는 287일간 ‘9인’이 아닌 ‘8인의 현자’ 체제였다.

헌재가 올 들어 내놓은 주요 결정은 지난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정도다.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제를 규정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헌확인소송 기각 결정이 있었지만 간통죄 폐지나 김영란법 합헌 등을 선언하던 예년에 비해서는 ‘주요 결정’이라 칭하기 어려웠다. 헌재는 “9인의 재판관 상태에서 결론지을 수 있던 사건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헌재는 그간 ‘8인 체제’가 사건 당사자들의 고충으로 이어지는 것을 괴로워했다. 헌재에 접수된 지 180일이 넘은 미제사건이 지난 8월 말 현재 545건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헌재는 예고된 공개변론부터 차근히 진행할 방침이다. 이달 중에는 경남 사천시와 고성군 간의 권한쟁의 심판사건 관련 변론을 열고 다음 달에는 통신의 비밀 자유와 관련해 ‘국정원 패킷감청’ 사건의 변론을 연다.

여러 차례 변론이 있었지만 재판관들이 오래도록 결론짓지 못한 사건 중에는 ‘1인 1개소법’을 둘러싼 복수 의료기관 개설·운영 금지 위헌법률 심판사건이 있다. 소위 ‘대형 네트워크 병원’은 국민 건강권과 의료 공공성을 해친다는 일각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반면 해당 법조항이 의료인의 평등권과 과잉금지 원칙을 침해한다는 유디치과협회 등의 반론도 만만찮았다.

헌재의 입만 바라보는 사건 중에는 이 같은 위헌법률 심판사건이나 권한쟁의 심판사건보다 ‘권리구제형’ 헌법소원 심판 사건이 많다. 한·일관계를 다뤄야 하는 사건도 다수다. 1965년 대일청구권협정 체결 후에도 한국과 일본정부 간 해석이 분분한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이후에도 소극적 조치로 일관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헌재는 밝혀줘야 한다.

헌재에는 “2015년 12월 한·일 외교장관회담의 기자회견 발표가 과연 올바르냐”는 취지의 헌법소원도 제기돼 있다. 정부가 피해자 지원재단에 10억 엔을 출연받기로 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마무리한 데 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본인과 자녀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국가로부터 외교적으로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 중이다. 청구인들은 “합의 과정에 피해자들의 의사를 묻지 않은 것도 기본권 침해가 아니냐”고 헌재에 물은 상태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수사기관의 각종 권한을 두고서도 헌재는 올바른 선을 그어줘야 한다. 한진중공업 파업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주도한 ‘희망버스’ 사건에서 부산 영도경찰서가 휴대전화들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한 일, 서울 종로경찰서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도보행진을 하던 대학생들을 채증한 일, 밀양경찰서가 밀양 송전탑 반대농성 움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강제분리·퇴거 등 조치를 한 일 등은 모두 사생활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 침해가 아니냐는 반발이 제기돼 있다. 최루액을 혼합 살수케 하는 살수차 운용지침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헌법소원도 있다.

박근혜정부 당시의 조치가 위헌적 공권력 행사였다는 논란도 끝이 없다. 개성공단에 투자하던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2월 북한 4차 핵실험을 이유로 발표된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토지이용권 등 유무형의 자산 일체에 대한 처분권을 전면 차단하는 손해를 낳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과 통일부장관이 주도한 이 조치가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을 위반했는지도 이슈다.

지난 정부가 국정화를 추진한 역사 교과서로 교육받으면 ‘교과서를 선택할 권리’를 침해받는 것인지 밝혀 달라는 요청도 접수돼 있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지정기록물 보호기간을 지정한 행위가 헌법상 알 권리를 침해하는지, 대한민국 국방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것이 국민 의견수렴 불이행, 국회 동의절차 불이행에 해당하는지 등도 헌재는 판단해야 한다.

최순실씨가 “특검법은 특정 정파가 검찰기구를 창설하게 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도 계류 중이다. 최장기 미제사건은 규범통제형 헌법소원으로 분류되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이다. 입영통지에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 게 헌법 원리에 위배된다는 문제제기인데, 현재 헌재에만 28건이 계류돼 있다. 헌재는 2004년부터 4차례 모두 7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내부에는 “법 조항만을 따로 떼어 판단할 수 없는 만큼 대체복무제 도입 등이 선결 과제”라는 시각이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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