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불법파견 ‘3자 합작사’ 해법도 헛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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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불법파견 ‘3자 합작사’ 해법도 헛돌아

제빵사·점주 이해 갈린 탓

입력 2017-11-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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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논란이 결국 법적다툼으로 번지는 등 해결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협력업체가 각각 지분을 투자한 3자 합작회사를 설립해 제빵기사들을 고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성사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초 고용노동부가 내린 진단과 명령은 단순했다. 그동안 불법적으로 파견해 온 5309명의 제빵기사를 파리바게뜨 본부가 직접고용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은 반발했다. 가맹본부는 제빵기사 직접고용으로 발생할 연간 약 600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본부에 소속된 제빵기사가 일종의 ‘감시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을 우려했다. 서울에서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13일 “본부 소속 제빵기사들은 회사의 매뉴얼대로만 운영할 것을 요구할 텐데, 가맹점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서는 이윤이 남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3자 합작법인 설립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협력업체가 각각 지분을 투입해 설립한 합작법인이 제빵기사를 고용하는 방식이다. 각 가맹점은 합작법인으로부터 제빵기사 인력을 수급하고, 제빵기사들은 파리바게뜨 본사가 아닌 합작법인의 업무 지휘·명령을 따르게 된다. 고용부가 지적한 불법파견 논란을 해소하면서도 직접고용 부담은 회피하기 위해 도급계약 방식을 대안으로 내놓은 셈이다.

고용부도 한발 물러섰다. 고용부 이성기 차관은 지난 9월 긴급 브리핑에서 “다른 대안에 대해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친다면 (직접고용 외 방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협력업체에 소속된 제빵기사들을 파리바게뜨 본사가 직접 지휘·명령하던 불법성만 해소된다면 다른 대안에 대해 협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우선 제빵기사들이 합작회사로의 전직에 동의할 것인지가 의문이다. 파리바게뜨 측은 제빵기사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처우개선을 ‘당근책’으로 내놨다. 급여를 평균 13.1% 올리고, 명절 상여금과 복지포인트 역시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합작회사에 고용되더라도 제빵기사들의 처우를 파리바게뜨에 직접 고용된 정직원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주겠다는 것이다.

제빵기사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는 처우개선이 보장된다면 합작회사에 고용돼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에 소속된 제빵기사들은 사측의 대안이 직접고용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또 제빵기사들이 다수의 실질적 사용사업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게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우리나라 사업장 어디에도 다수 사용사업주가 있는 곳은 없다”며 “제빵기사들의 노동기본권을 고려하지 않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가맹점주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제빵기사 처우개선으로 발생할 인건비 상승부담의 일부는 결국 가맹점주가 져야 한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B씨는 “왜 본부의 잘못 때문에 점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제빵기사를 고용하는 대신에 내가 직접 제빵기술을 배우는 편이 낫겠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파리바게뜨 입장에서는 제빵기사뿐만 아니라 가맹점주들까지 모두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파리바게뜨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5000여명의 제빵기사 모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5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며 “회사가 행정소송을 걸고 나선 것도 시간을 더 달라는 회사의 요청이 고용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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