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추행’ 신고했더니… 직장서 ‘왕따’ 돼 있었다

국민일보

[단독]‘성추행’ 신고했더니… 직장서 ‘왕따’ 돼 있었다

세무서 간부 성추행 논란

입력 2017-11-13 21:34 수정 2017-11-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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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사진

상사가 부하직원 신체 만져

강제추행 혐의 검찰에 송치

가해자는 혐의 전면 부인

직속 팀장 “덮고 가자” 압박



세무공무원 이용 SNS엔

‘피해자가 전과 16범’ 등

인신공격성 글도 나돌아

인천의 한 세무 공무원이 후배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돼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는 성추행을 당한 후 가해자인 상사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그는 ‘격려차원’이었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조직 차원에서 ‘덮고 가자’며 회유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관련자들을 조사한 뒤 ‘강제추행’ 혐의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당 여직원은 세무서 내 ‘왕따’가 돼 있었다.

피해자 A씨(32)는 지난 9월 27일 노래방 회식 자리에서 B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 경찰이 확인한 혐의는 회식 도중 B씨가 A씨를 불러 옆에 앉힌 뒤 그의 등과 어깨, 손목 등을 만졌다는 내용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 진술을 통해 (당시) 신체접촉이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A씨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손목과 어깨를 만진 것뿐만 아니라 (B씨가) 볼을 부비고 허벅지도 만졌다. 자신의 신체 주요부위 쪽으로 내 손을 올려놓기도 했다”며 “불쾌해 여러 차례 도망갔지만 B씨는 계속 따라와 비슷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회식 이튿날 A씨 동료직원은 카카오톡을 통해 “B씨 행동이 너무 심해진 것 같아 쳐다보니 그제야 멈추더라. (세무서 내) 성차별 성희롱이 너무 만연한 거 같아 나도 분통이 터진다”며 그를 위로했다.

A씨는 사건 이튿날 부모님과 함께 B씨를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B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귓속말로 과거 업무실수에 대해 ‘인사 상 불이익이 없게 할 테니 걱정 말라’는 이야기를 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망설임 끝에 A씨는 세무서장을 찾아갔다. 하지만 세무서장 역시 “B씨가 손을 잡았단 소리는 들은 것 같고, 결코 성추행은 없었다고 한다”며 “이건 우리 조직 내부의 일이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팀장에게 말했을 때도 ‘덮고 가자. 퇴근해라’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국민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A씨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 쏟아졌다. 세무서장은 “증인이 어딨느냐, 증거가 어디 있다고 하느냐” “(A씨는) 무단결근을 반복했다” “또 다른 ‘을짓’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 등의 표현을 썼다. 세무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SNS에는 A씨가 ‘전과 16범이다’ ‘행시 1차를 합격했다고 하는데 거짓말이다’ ‘고소취하를 조건으로 서울청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등의 괴문서까지 나돌았다.

A씨는 답답한 마음에 지난 10일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자신이 겪은 일을 올렸다. 13일 A씨를 적접 만난 세무서 간부는 “억울한 일이 많겠지만 계속 일이 확장된다는 느낌이다” “당장 우리가 지난 금요일부터 집중감찰을 받고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에 피해가 간다” 등의 언급을 하며 압박했다.

세무서장은 “A씨와 수차례 면담을 가졌고, 심리상태에 대해서도 직원들에게 체크를 했는데 성실하게 사무실에서 웃으면서 대화도 잘하고 그런 상태로 알고 있다”며 “매뉴얼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이번 사건 후 단 한 차례만 면담을 가졌다고 했다.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던 A씨는 이 사건이 벌어진 후 분노조절장애와 대인기피증까지 생겨 약을 먹고 있다고 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A씨와 B씨의 진술이 일부 엇갈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참고인을 불러 더 조사해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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