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정희기념관에 동상 세우는 것까지 막아서야

국민일보

[사설] 박정희기념관에 동상 세우는 것까지 막아서야

입력 2017-11-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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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는 문제를 놓고 이견이 분분하다.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동상 기증 증서 전달식에서 찬반 단체들이 격돌했다. 기념·도서관을 운영하는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도서관에 높이 4.2m, 무게 3t, 청동 재질의 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로부터 건립 허가를 받지 못해 이날은 동상 기증 증서 전달식을 열었다. 경찰이 미리 출동해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회원 200여명과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지역주민 100여명 사이에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폭행 사태로까지 번졌다.

기념·도서관이 사유시설이라면 동상 건립이 큰 논란거리가 아닐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히틀러 같은 인물이 아닌 다음에야 지지자들이 사유지에 동상을 세우건 말건 그건 그들의 자유다. 문제는 이곳이 서울시 소유 부지에 200억원이 넘는 국고가 투입돼 지어진 공공시설물이라는 점이다. 기념·도서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추진됐고 국고와 기념재단의 국민 모금을 통해 2011년 12월 건립됐다. 완공 후 소유권은 서울시로 이관됐고, 기념재단이 무상 임차해 운영해 오고 있다. 시유지에 동상을 세우려면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아직 이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진행형이다. 동상건립추진모임 측은 ‘대한민국의 번영을 이끈 지도자’로 보지만 반대 측은 ‘친일·독재자이며 헌정질서 파괴 주범’이라며 맞서고 있다. 그는 공(功)과 과(過)가 혼재돼 있다. 한국의 경제 번영을 이끈 지도자이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탄압하고 영구 집권을 꾀한 독재자라는 평가가 중첩돼 있다. 지지자와 반대자는 그중 한쪽만 바라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에 대한 인식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동상 하나 세우는 것까지 막아서는 건 지나치다. 광화문광장이나 서울광장, 남산 등에 세우자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의 이름을 내건 곳이라는데 그 정도도 포용하지 못한다면 국민통합과 화해·협력을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나. 평가는 또 치열하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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