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아주리 군단’ 몰락 사건

국민일보

60년 만에… ‘아주리 군단’ 몰락 사건

입력 2017-11-14 19:12 수정 2017-11-1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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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이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주세페 메아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지역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스웨덴과 0대 0으로 비겨 예선 탈락이 확정된 뒤 슬픈 눈물을 흘리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스웨덴의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오른쪽)가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된 뒤 동료 마르쿠스 베리를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이탈리아는 60년 만에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했고, 스웨덴은 2006년 독일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AP신화뉴시스
이탈리아, 러월드컵 유럽 예선 탈락… PO서 스웨덴에 무너져
2006년 월드컵 후 세대교체 실패
철통 같던 ‘빗장 수비’ 위력 상실
벤투라 감독 지도력도 도마 올라

6회 연속 본선행 꿈 좌절된 부폰
눈물 흘리며 국가대표 은퇴 의사

‘아주리 군단(이탈리아) 없는 월드컵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60세 이하 세계축구팬들이 태어나서 단 한 차례도 목격하지 못한 엄청난 사태가 그라운드에서 발생했다.

푸른 유니폼의 ‘아주리 군단’(FIFA 랭킹 15위)이 1958년 스웨덴월드컵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러시아월드컵을 고별 무대로 삼겠다는 골키퍼의 레전드 잔루이지 부폰(39·유벤투스)의 희망도 사라졌다.

이탈리아는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주세페 메아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지역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스웨덴(25위)과 0대 0으로 비겼다.

지난 11일 치른 1차전을 0대 1로 내줬던 이탈리아는 합계 성적에서 뒤져 월드컵 예선 탈락을 확정했다.

1962년 칠레월드컵부터 이탈리아는 14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중 우승 2회와 준우승 2회 등을 기록하며 축구강국으로 인정받아 왔다.

이탈리아는 그동안 월드컵에서 ‘빗장 수비’로 불리는 강력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세계적 강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럽지역 예선부터 특유의 수비 조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까지 밀린 이탈리아는 끝내 월드컵을 남의 잔치로 구경하는 신세가 됐다.

이탈리아 축구의 몰락은 역설적으로 2006년 월드컵 우승 전후부터 예견됐다. 2006년 상반기 자국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가 유벤투스 등 명문 구단들의 승부조작 스캔들로 멍들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대표팀은 이후 2006 독일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기사회생하는 듯했다. 하지만 월드컵을 마친 뒤 2006∼2007시즌에 스캔들 여파로 명문구단들이 대거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프로리그 전력이 약화됐고 대표팀의 세대교체 작업도 소홀해졌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1승도 챙기지 못하고 2무 1패로 조 꼴찌에 머물렀다. 이탈리아의 월드컵 사상 첫 무승 수모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1승 2패에 그치며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4년 후 아예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했다.

이탈리아의 이번 예선 탈락 참사로 잔피에로 벤투라 감독의 지도력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로 자리를 옮기면서 벤투라 감독은 이탈리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하부리그에서 지도자로 잔뼈가 굵은 인사였지만 스타 선수들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졌다. 또 경직된 전술 운용과 선수 기용으로 비판을 자초했다. 심지어 이날 경기에서 다니엘레 데 로시는 자신을 기용하려는 코칭 스태프에게 “우리는 지금 비기는 것이 아니라 이겨야 한다. 내가 아닌 로렌조 인시녜를 투입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욕설까지 했다. 감독의 전술 부재로 인해 경기 당일 팀 내분마저 발생한 것이다.

2006 독일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자 야신상에 빛나는 베테랑 골키퍼 부폰은 애초 러시아월드컵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예선 탈락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했던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는 1998 프랑스월드컵부터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5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아왔다.

부폰은 경기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너무 슬프다. 내게 이탈리아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경기였다”고 밝혔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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