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병사, 배수로 걸려 지프 멈추자 내려서 南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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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병사, 배수로 걸려 지프 멈추자 내려서 南으로 달렸다

귀순 북한병사, 5군데 총상… 1차 수술 받았지만 상태 위중

입력 2017-11-14 18:28 수정 2017-11-1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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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치료 중인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교수가 14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하고 있다. 수원=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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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AK소총 등 40여발 쏴
총알 MDL 넘었는지 확인 필요
“우리군 대응사격 했어야” 논란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 집도
복부 등 탄두 5개 제거 수술
李 교수 “장기 대부분 상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13일 귀순한 북한 병사는 군용 지프를 타고 군사분계선(MDL) 인근 북측 4초소로 돌진했던 것으로 14일 파악됐다. 이 병사는 지프 바퀴가 배수로에 빠지자 차에서 내려 남측으로 내달렸다. 이 과정에서 4명의 북한군 추격조는 그를 향해 AK 소총과 권총을 40여발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군의 대응사격은 없었다.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국회 국방위 업무보고에서 “북한 병사는 오후 3시15분쯤 MDL을 넘어 남쪽으로 넘어왔고 3시31분쯤 MDL 남쪽 50m 지점 낙옆 사이에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3시56분 간부 3명이 포복으로 접근해 끌어냈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은 긴박했다. 오후 3시 14분쯤 북쪽 판문각 지역에서 북한군 3명이 서쪽으로 황급히 이동한데 이어 무장군인이 투입되고 북측 초병들이 우리 쪽으로 소총을 조준했다. 우리 초병들도 감시를 강화하고 소총에 실탄을 장착하는 등 전투준비에 들어갔다. 불과 1분이 안 되는 사이에 귀순 병사는 MDL을 지나 남쪽으로 넘어왔다. 총격으로 부상당한 귀순 병사를 발견하는 데는 16분이 걸렸다.

당시 JSA 내 우리 군은 상황실 CCTV를 통해 귀순 병사의 월경 장면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귀순 병사가 쓰러진 지역은 CCTV의 사각지대였다. 군은 열상감시장비(TOD)를 동원해 위치를 확인한 뒤 대대장 등 간부 3명이 낮은포복으로 접근해 귀순 병사를 우리 측 자유의 집 뒤 20m 지점으로 끌어냈다. 합참은 귀순 병사 발견이 늦어진 것에 대해 “북측 무장병력이 강화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어서 경계와 수색을 병행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유엔군사령부는 “(귀순 병사가) 도주하는 동안 북한 병사들로부터 총격을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은 “귀순자의 월경과 북한군 사격이 순식간에 일어났고, 우리 초병을 향한 것은 아니어서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응 시 위기 고조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 JSA는 유엔군사령관이 작전지휘권을 행사하는 곳으로, 대응사격 등 무력 사용은 유엔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04년 이곳에 대한 경비 책임이 한국군으로 전환됐지만 무력 사용은 미군 대대장 통제에 따라야 한다. 서 본부장은 “JSA 교전 규칙은 두 가지 트랙으로 이뤄진다”며 “(우리 군) 초병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상황인지, 위기가 고조될 것인지를 동시에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쏜 총알이 MDL을 넘었는지도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귀순 병사가 차량에서 내린 지점은 MDL에서 불과 10m다. 총알 상당수가 MDL을 넘어왔다면 우리 군의 대응사격 등 대처가 적절했는지도 확인돼야 한다. 합참은 “아직 남쪽 구역에서 피탄 흔적을 찾지 못했다”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엔사는 곧 이번 사안을 조사하기로 했다. 우선 북한군이 AK 소총을 사용한 것은 분명한 정전협정 위반이다. 군 관계자는 “정전협정 위반에 대해선 유엔사를 통해 엄중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로 후송된 귀순 병사는 대장이 파열되고 장기가 오염돼 위중한 상황이다. 전날 5시간여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교수는 “환자 상태가 많이 안 좋다. 대장을 많이 다치고 소장과 골반 등 장기가 대부분 상했다”며 “특히 한국인에게서 발견하기 어려운 이상 소견이 있어 미국 논문을 연구하며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좌우측 어깨에 1발씩, 복부에 2발, 허벅지 1발등 5곳에 총상을 입은 이 병사는 병원 도착 즉시 5개 탄두 제거 수술을 받았다. 생명유지장치에 의해 호흡하고, 배가 열린 상태에서 많은 양의 약물을 투여받고 있다. 2차 수술은 15∼16일쯤 진행될 예정이다.

귀순 병사는 북측 JSA 지역을 관리하는 판문점 대표부 민경중대 소속 병사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 문제 전문가 김진무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지프를 몰고 돌진한 것으로 보아 JSA 바로 뒤편의 경계근무를 담당하는 민경중대 소속 병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김경택 기자, 수원=최예슬 기자, 사진=윤성호 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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