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형 교회 시대가 온다] 참여하는 ‘서클 예배’ 통해 주체적 신앙인 기른다

국민일보

[강소형 교회 시대가 온다] 참여하는 ‘서클 예배’ 통해 주체적 신앙인 기른다

<4> 다음세대를 키우는 교회

입력 2017-11-23 00:00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경기도 하남 선한이웃교회 주일학교 학생들이 지난 12일 둥글게 모여 앉아 서로의 얘기를 듣는 ‘서클(circle)’ 예배에서 한세리 사모(오른쪽 상단 끝)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기사사진

어린이들이 이날 예배에서 나온 얘기를 종이에 정리하고 있는 모습.

기사사진

이전사진 다음사진
1 2 3
지난 12일 경기도 하남 변두리에 위치한 낡은 상가. ‘선한이웃교회’라고 적힌 2층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일학교 학생들과 사모, 전도사, 학부모 20여명이 둥근 원을 그리고 앉아 ‘서클(circle) 예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서클 예배는 참석자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예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강단에 선 목회자가 학생들에게 설교를 전하는 일반적인 주일학교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선한이웃교회의 주일학교 아이들은 예배 때마다 공평하게 발언 기회를 얻는다. 말하기 도구인 ‘토킹 피스(Talking Piece)’ 인형을 든 사람이 말할 땐 모두 경청하자고 서로 약속한 뒤 예배를 시작한다.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예배 중 30분은 학생들이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말하고 타인의 말을 듣는 데 쓰인다. 예배드리는 동안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가 거의 없는 일반 주일학교와 다른 모습이다.

이날 학생들은 자신의 이름을 먼저 말한 뒤 현재 기분이 어떤지, 자신을 웃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말했다. 아이들은 옆에 앉은 친구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서로 웃고 떠들다가도 누군가 말하기 시작하면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다.

선한이웃교회는 2011년 4월 지금 자리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처음에 학생 3명으로 시작했는데 2년 만에 30여명으로 늘었다. 사역 초기 아이들과 공놀이, 레크리에이션을 하면서 재밌게 놀 수 있는 곳이란 입소문이 퍼진 영향이 컸다.

인원이 늘면서 아이들이 산만해지거나 다투는 일이 생겼다. 이로 인해 교사들이 주일학교 진행이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교회 규모가 작아 교사 수를 늘리는 것도 사실상 어려웠다.

한세리 사모는 아이들이 작은 교회에서도 건강하게 신앙교육을 지속할 방법을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성북구 꿈이있는교회 주일학교에서 ‘서클 예배’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지난해 6월부터 선한이웃교회에 도입했다. 한 사모는 “처음에는 낯선 예배 방식 때문에 아이들이 일부러 방해하거나 딴지를 걸어 힘들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서로의 얘기를 귀담아 듣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부터 출석한 김기현(11)군은 “예전에는 친구들이 말해도 끝까지 못 들었는데 서클 예배하면서 끝까지 듣는 걸 배웠다”면서 “부모님도 제가 달라졌다며 좋아한다”고 전했다. 지난달부터 예배에 나오기 시작한 노소은(10)양은 “처음부터 다 마음에 드는 친구들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면서 “서로의 얘기를 듣는 시간을 통해서 친구의 마음을 잘 알게 돼 사이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서클 예배에서 경청을 통해 타인과 평화롭게 지내는 법을 배운다. 전모(11)양은 지난 4월 서클 예배에서 배운 방식으로 친구들 간의 갈등을 중재했다. 다툰 친구들을 찾아가 친구들끼리 따돌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속상했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 이후 친구 집에 놀러갈 때 서로에게 연락해주며 소외당하지 않도록 하자고 약속을 정했다. 한 사모는 “사소한 문제 같아 보이지만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법을 배운 아이들이 세상에서 평화를 주장하는 주체적 신앙인이자 시민이 돼 가고 있다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작은 교회는 주일학교 교사 수급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클 예배가 작은 교회들이 교사 수급 문제를 극복하는 동시에 대형교회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반은기(꿈이있는교회) 전도사는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서클 예배는 기존 주일학교 예배방식보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구분이 약해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교사 수급이 어려운 작은 교회에서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경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대형교회에서는 구성원의 형편과 내밀한 생각을 알기 어렵다"면서 "작은 교회의 주일학교에서는 소외되는 사람 없이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 대해 잘 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주일학교를 독자적으로 끌고 나가기 어려운 교회들이 모여 연합주일학교를 만들고 학기제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남=글·사진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포토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