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빈곤 대물림’ 마야족 후예 일으켜 세우는 희망의 종잣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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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의 기적] ‘빈곤 대물림’ 마야족 후예 일으켜 세우는 희망의 종잣돈

<7·끝> 김종언 목사 과테말라 산후안 에르미타 사업장 방문

입력 2017-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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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언(경산 진량제일교회) 목사(앞줄 가운데)가 지난달 22일 과테말라 산후안 에르미타에 있는 비비엔다 누에바 마을 회관 앞에서 학부모·자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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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목사가 후원 아동으로 결연한 루시(김 목사 오른쪽)의 집에서 가족들을 위해 피리 연주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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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산안토니오 라하스 마을에 사는 어린이들이 지난달 22일 초등학교 교실에서 ‘성경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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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의 후예 초르티 부족 거주 마타 사노 마을을 가다

포장된 도로, 간간이 이어지는 현대식 상가와 주택들…. ‘이 정도면 살 만한 곳 아닌가.’ 김종언(경산 진량제일교회) 목사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굳어질 즈음 비포장 산길이 눈앞에 나타났다. 현지인 운전사는 바퀴 4개에 동력을 걸고 산속을 파고들었다. 가파른 산길 옆으로 10대로 보이는 소녀 3명이 몸집만 한 봇짐을 허리와 머리에 진 채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산 아래 마을에서 식량과 생필품을 사서 귀가하는 길이라고 현지인 가이드가 설명했다. 그들을 뒤로하고 차는 30분 더 산속으로 들어갔다.

‘대물림 가난’ 못 벗어나는 초르티 부족

지난달 21일 오전 한국 월드비전 답사팀이 도착한 마타 사노 마을.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 남동쪽으로 200㎞ 떨어진 곳이다. 마야 문명을 일군 마야 민족 후손인 초르티 부족의 정착촌이기도 하다. 초르티 부족은 20개 넘는 마야 부족 가운데 가장 열악한 형편에 놓여 있다. 신체적으로 왜소하며 다운증후군과 시청각 장애 어린이 비율도 높다.

김 목사를 비롯해 월드비전 답사팀은 플로라(23·여)씨 집 앞에 도착했다. 야자수 가지로 지붕을 얼기설기 엮은 낡은 흙집이었다. 양해를 구해 들어가 본 집 안은 처참했다. 아궁이 맞은편에 잠자리가 놓여 있었다. 제대로 된 가재도구나 가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흙바닥엔 먹다 남은 옥수수죽 통이 눈에 띄었다.

플로라의 사정은 더 딱했다. 20대 초반 이지만 그녀는 고생이 많았는지 폭삭 늙어 있었다. 두 팔로 안고 있는 살로메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는 2명의 형제는 낯선 이들에 대한 경계심이 엿보였다. 플로라는 이들 외에 2명의 자녀가 더 있었는데, 모두 5세가 되기 전 사망했다.

월드비전 과테말라 관계자는 “플로라 가정은 외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초르티 부족 가정의 전형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월드비전에 따르면 초르티 부족의 5세 미만 어린이 가운데 2명 중 1명꼴(54%)로 만성 영양결핍 증세를 보이고 있다. 24개월 미만 유아 중 필수예방접종을 받은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초르티 가정 5곳 중 1곳(21%)은 1년 중 평균 6개월 정도 식량이 부족하다.

영양실조 상태가 지속되면 만성 영양실조로 나타나고, 성년까지 방치되면 학교 중퇴 등 교육까지 부실해진다. 이는 저소득층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다. 이런 환경이 세대 간 대물림되면서 초르티 부족의 ‘삶의 악순환’은 그치지 않고 있다.

월 3만원으로 초르티 가정에 희망

차를 타고 이동한 이웃 마을에서는 사뭇 다른 풍경을 만났다. 외부인이 보기엔 별 차이 없는 것 같았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달랐다. 지붕은 야자수 가지 대신 양철 지붕으로, 집 안팎의 바닥은 콘크리트로 바뀌어 있었다.

현지 월드비전 사업장 총괄매니저인 프란체스코씨는 “비를 막아주고, 흙으로 인해 전해지는 주요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정도의 장치”라며 “중요한 건 이 같은 간단한 주거환경 개선만으로도 어린이들이 질병에 걸릴 확률을 줄여주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어린이들의 교육 여건 개선 효과까지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마을에선 월드비전을 통해 이 같은 방식으로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진 가구 비율이 70%에 달한다.

김 목사는 디그나(38·여)씨 가정을 방문했다. 이어 그녀가 키우는 7남매 가운데 5번째 딸 루시(9)를 후원 아동으로 결연했다. 앞으로 김 목사가 매월 3만원씩 월드비전에 후원하는 금액은 루시가 사는 마을의 주거 및 식수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쓰인다. 마을 전체가 잘 살 수 있는 환경개선 사업에 십시일반으로 보태지는 셈이다.

김 목사는 루시 남매들 앞에서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각종 학용품과 축구공, 스케치북과 장난감 등이 가득했다. 김 목사는 선물로 가져온 피리를 꺼내 한국의 동요 한 소절을 연주 했다. 남매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다음 마을을 방문하기 위해 차량에 다시 올랐다. 가파른 산길을 다시 내려가는 길. 마을을 막 벗어나려는데, 봇짐을 멘 소녀들이 눈에 띄었다. 3시간 전쯤 산 아래에서 올라올 때 마주쳤던 이들이었다. 힘든 기색보다는 모든 게 익숙한 듯 보이는 그들의 표정은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을 자아냈다.

김 목사는 “결코 가까운 곳에 사는 이웃만이 돌볼 대상이 아닌 것 같다”며 “하나님이 마음 아파하시는 것에 나도 함께 아파할 수 있는 게 우리 그리스도인의 마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루시에게 건네는 3만원은 봇짐을 멘 소녀들에게도 희망의 종잣돈이 될 것이다.

■ 월드비전 과테말라 눈길 끄는 사업

10년간 펼쳐온 ‘사랑의 훈육교실’
자녀 손찌검 줄고 부부 대화 늘어


“우리 가정의 주인이 하나님이란 걸 깨달았어요. 어떻게 우리가 자녀를 사랑해야 하는지도 배웠습니다.”

지난달 22일 오후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 동쪽으로 200㎞ 떨어진 비비엔다 누에바 마을 초입의 마을회관. 마을 학부모 대표 람미르 트로케(50)씨 입에선 ‘사랑훈육교실’에 대한 칭찬이 그치지 않았다.

이 마을에서 펼치고 있는 ‘사랑훈육교실’은 월드비전 과테말라의 자랑거리다. 지역 교회 지도자들이 가정과 자녀 양육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는 것이다. 10년 동안 펼쳐온 이 프로그램은 3년 전부터 교회 지도자들에게 이양됐는데, 커리큘럼도 다양하다. 한 달에 한 번 2시간씩 진행되며 부부 및 부모·자녀 간 관계, 가족 간 대화법 등을 비롯해 결혼예비학교와 커플 상담 등이 마련돼 있다.

생전 처음 가정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받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변화가 뚜렷하다. 아내와 자녀에 대한 손찌검이 줄거나 사라지는가 하면 부부간 대화가 늘었다. 남편과 아내가 자녀 교육에 대한 짐도 나눠지고 있다고 마을 대표인 미겔 로케(44)씨는 귀띔했다.

월드비전 과테말라 관계자는 “가부장제 풍토가 심한 이 마을에 대화하고 설득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면서 “이 같은 바람이 지역 문화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인근 마을의 산안토니오 라하스 초등학교. 학교 초입부터 어린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방학을 맞아 ‘성경학교’가 열리고 있는데, 마을 어린이들이 총출동한 것. 과테말라에서는 1∼10월까지 학기가 진행되고, 11월부터는 방학에 들어간다.

한 교실에서는 한국 월드비전으로부터 후원 받는 어린이들이 한국인 후원자들에게 성탄카드 겸 연하장을 만들고 있었다. 학생들은 김종언 목사가 칠판에 한글로 써놓은 ‘축 성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문구를 카드에 그림과 함께 한자 한자 써넣었다.

월드비전의 지역사회 프로그램 일환인 성경학교 역시 교회협력사업이다. 현지 성경학교 교사는 “일주일 정도 진행되는 프로그램인데, 게임도 하고 친구도 사귀며 간식까지 먹을 수 있다”면서 “아이들이 1년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이밖에 월드비전 과테말라에서는 지역 커뮤니티를 통한 식수 지원 사업과 청소년 취업 프로그램 등을 병행하고 있다.

산후안 에르미타(과테말라)=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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