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동 칼럼] 중국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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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동 칼럼] 중국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가

입력 2017-12-05 18:11 수정 2017-12-0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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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부 시절 미국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 정통성 약한 정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었거나, 힘없고 못 살던 국가의 불가피한 생존전략이었을 수도 있다. 권력 쟁취 과정에서 미국 측에 진 빚도 한 원인으로 짐작된다. 그러면서도 힘을 키웠고 문민정부를 만들어냈다. 주권도 집권자에서 국민으로 옮겨졌다. 언제부턴가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한국이다. 국민이 직접 선택한 정권이니 정통성 문제가 원인은 분명 아닐 것이다. 힘없고 못 사는 국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기엔 우리 경제력을 감안하면 답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중국의 힘을 빌려 정권을 잡은 건 더더욱 아니니 빚은 없다.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과 가까이하려는 국가전략이라고 하기엔 근거가 희박하다. 반미친중(反美親中) 노선을 택해온 북한의 현재를 보면 상상조차 끔찍한 일이다.

한데 한·중 외교는 답답하다 못해 한심하다. 힘을 합해도 모자랄 판국인데 외교부와 국방부는 딴소리를 한다. 국방장관과 청와대 참모가 엇박자를 낸다. 정치인들은 ‘알현’하듯 중국 지도자를 만나고, ‘아부’하듯 듣기 좋은 소리만 한다. 굳이 누구라곤 말하지 않겠다. 반면 중국은 빚쟁이 닦달하듯 한다. 거칠기 짝이 없다. 속국(屬國) 다루듯 하지만 쩔쩔맨다. 왕이 외교부장, 리커창 총리는 물론 시진핑 주석까지 ‘역사적 시험’ 운운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 면전에서.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일로, 겁박이다. 역사적 책임을 따지자면 책임을 느껴야 하는 쪽은 중국 아닌가. 수시로 국경을 침범했고, 신하의 예를 갖추라고 강요했다. 이뿐 아니다. 조공을 요구했고, 인질로 삼기도 했다. 야만적이었고, 조폭적이었다.

외교는 연산(演算)이 아니라고 한다. 칼로 무 자르듯 아니다, 맞다고 단언할 수 없다. 뒤끝이 남는 이유다. 정치·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논란도 많다. ‘10·31 합의’ 이후 중국이 보인 언행은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난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나치게 저자세고, 지극히 방어적이다.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할 게 아니라 ‘주권’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없는가.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시 주석 망언에도 우리 대응은 차분하기 그지없다. 중국은 ‘핵심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에겐 생존 문제다. 미국이 하라고 해서 배치해서도 안 되며, 중국이 반대한다고 해서 배치 못할 일도 아니다.

안보이익과 경제이익은 때론 상충된다. 단기적으론 그런 경향이 강하다. 사드 문제에 대한 정부 고민도 이 지점에 있을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안보와 주권을 포기하고 얻는 경제적 실익이라는 게 의미 있는가, 또한 그게 가능한 일인가. 명백히 말하건대 안보이익을 훼손한 경제이익은 없다. 종국적으로 안보이익과 경제이익은 일치한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면 호구 잡히기 십상이다. 사드가 딱 그랬다. 미국엔 무기를 사주기로 했고, 중국엔 경제보복을 당했다. 물론 얻은 것도 있다. 중국의 조폭적 심성과 야만성을 봤고, 대책 없이 중국을 믿었다간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박근혜정부는 미국과 친하게 지내면서 동시에 중국의 환심도 사려 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구호로 치장했으나 헛수고였다. 안타깝게도 문 대통령마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한반도 운전론’을 내세웠으나 유효성이 떨어진다. 북핵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이나 감성적 접근은 유아적(幼兒的)이다. 진보정권일수록 북한 문제를 잘 해결할 것이라는 가설도 입증되지 않았다. 핵 개발 과정과 새 정부 들어 11차례나 단행된 미사일 시험발사가 이를 방증한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국민들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이유다. 만에 하나 ‘간베이(건배)’에 취해 섣불리 자화자찬 하거나, 듣기 좋은 소리만 한다면 앞으로도 중국의 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절실한 것은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가 아니라 ‘이게 나라다’라는 자존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또한 촛불의 명령이다.

박현동 논설위원 겸 국민CTS대표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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