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함께 예배 드리며 힘든 삶 이겨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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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함께 예배 드리며 힘든 삶 이겨내요”

서울 돈의동사랑의쉼터 쪽방촌 암환자들의 ‘자조(自助)모임’

입력 2017-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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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암환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사랑의쉼터 암환자 자조모임에 참여해 손수 정성스럽게 만든 성탄 트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달 30일 오후 돈의동사랑의쉼터(소장 장경환 사관). 서울의 대표적인 쪽방촌 서울 종로구 돈의동 103번지 일대에 거주하는 암환자들이 대한구세군에서 운영하는 이 쉼터에서 몸을 녹이고 있었다.

3.3㎡(1평) 남짓한 쪽방에서 생활하는 주민 가운데 파악된 암환자는 25명 정도. 이 가운데 10명이 쉼터 암환자 자조(自助)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암환자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스스로 병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얻는 모임이다. 이들 가운데는 망백(望百·91)을 맞은 강정식 할머니도 눈에 띄었다. 장 사관이 강 할머니를 향해 “젊을 때는 쌀가마니도 두 개씩 들었다”고 말하자 강 할머니는 “맞아, 틀림없어”라고 맞장구를 쳤다.

자조 모임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찬송가로 시작됐다. 박자는 틀리고 쉰 목소리가 났다. 장 사관은 “젊을 때처럼 건강하지는 않지만 다윗처럼 하나님 은혜 가운데 강하게 되리라 믿습니다”라며 사무엘상 17장 일부를 환자들과 함께 읽었다.

설교가 끝나자 쉼터 직원인 주선영씨가 동그란 성탄 트리와 솔방울, 벨 등 장신구를 들고 들어왔다. 각자 집에 설치할 성탄 트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환자들은 트리에 장신구를 달며 만들기에 집중했다. 도중에 강 할머니는 캐럴 ‘징글벨’을 목청껏 불렀다. 맞은편 할아버지는 손뼉을 치면서 “할머니 100점”이라고 외쳤다.

박동기(62)씨는 쉼터에서 막내다. 쪽방에서 17년을 머문 그는 외환위기 이전에는 금을 세공하는 공장 사장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서 설비를 시공하기도 했다. 박씨는 대장암이 위로 전이돼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돌봐 줄 가족은 없다. 그는 “암환자들끼리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음식 정보 등을 공유하면서 서로 돌보며 격려한다”며 “함께 드리는 예배도 힘이 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독거노인들에게 직접 쌀을 배달하기도 하며 구세군 봉사 활동을 5년 동안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자조모임 회원들은 경기도 안산 대부도 등에 함께 나들이를 가거나 영화도 보고 건강 공부도 한다. 쉼터는 이들에게 쌀과 도시락을 제공하며 목욕과 세탁도 돕는다. 주씨는 “암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꺼내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소소한 얘기를 나누며 기운을 북돋아 드린다”며 “대장암과 위암, 혈액암 등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모임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밝아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취업알선과 의료지원도 쉼터의 몫이다. 쪽방촌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때 입주를 지원하거나 예방접종과 무료진료도 돕는다. 공동 장례를 치러주기도 한다. 장 사관은 “힘들고 아픈 이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일으키는 게 구세군 쉼터의 역할”이라며 “신앙적으로든 생활적으로든 삶의 질을 개선해 주민들의 자활을 돕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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