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2년… 아직은 ‘절반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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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경제인사이드]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2년… 아직은 ‘절반의 날개’

입력 2017-1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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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하남에 들어선 제네시스 스튜디오(왼쪽)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오픈 예정인 제네시스 1호 단독 매장. 현대자동차 제공·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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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 짓는 방식도 현대차와 달라
1호 단독매장 이달내 강남서 오픈
美서 선전… G80 판매량 3위 기록

4년내 대형 SUV·쿠페 출시 계획
“정교한 기술력·마케팅 갖춰야”
현대차와 공유하는 판매망 분리 숙제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왕복 차선을 가운데에 두고 포르쉐, 벤츠 등 럭셔리 수입차 브랜드 매장이 빼곡히 들어선 곳에 제네시스 단독 1호 매장이 문을 열 채비를 하고 있었다. 플래그십스토어(브랜드 대표매장) 성격을 갖춘 제네시스 단독 매장은 2층 건물에 주차장까지 마련된 대형 공간으로, 이달 중 1호점으로 문을 연다. 대형 공간엔 전시용 차량이 베일에 쌓인 채 이미 입고돼 있었다. 럭셔리 브랜드 사이에 자리 잡은 제네시스 독립 매장은 현대자동차의 고급화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네시스가 2015년 11월 현대차에서 독립된 브랜드로 탄생한 지 두 돌이 지났다. 올해 들어 제네시스 브랜드로 G70을 출시하면서 세단 기본 라인업도 갖추었다. 브랜드 초반 안착에는 성공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하지만 차종 확대, 판매망 독립 등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제네시스, 현대차 지워냈다

현대차는 2015년 11월 제네시스를 독립 브랜드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고급 세단 ‘제네시스’를 출시한 뒤 7년여 만에 아예 별도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브랜드 명칭인 제네시스(Genesis:기원·창세기)에는 성능과 디자인에서 이름처럼 고급차의 신기원을 열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도요타와 렉서스, 닛산과 인피니티 관계처럼 현대차와 제네시스도 대중적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 두 가지 트랙으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제네시스는 차명도 현대차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짓는다. 현대차는 그랜저 소나타 등 차종마다 별도의 차명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알파벳 ‘G’와 차급 등을 고려한 숫자가 조합된 방식을 활용한다. 럭셔리 세단도 국내에선 EQ900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해외에서는 G90으로 통용된다.

제네시스는 현재까지 3가지 차종을 내놓았다. 지난 9월 G70 출시로 G70, G80, G90의 중형부터 초대형까지 아우르는 세단 라인업을 갖췄다.

조직도 현대차와는 별도다. 제네시스는 연구개발, 디자인, 영업, 마케팅 등 전 부문에서 전담 조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제네시스의 전문성을 확대하기 위해 4실 7팀 체제의 제네시스 전담 사업부 조직을 꾸리기도 했다.

고객 체험공간도 현대차와는 별도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단독매장 오픈 이전에 이미 제네시스를 체험할 수 있는 별도 스튜디오가 하남 스타필드에 마련됐다. 현대차가 낳았지만 현대차와는 다른 브랜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김수욱 교수는 “제네시스가 일단 제대로 된 트랙을 타고 가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국내 브랜드다. 렉서스 등 해외브랜드와 같은 명성을 갖기 위해선 기술적, 마케팅적으로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 높여

제네시스는 현재까지 북미, 중동,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시장 반응은 성공적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브랜드 출범 후 내수와 수출을 포함한 올해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 10월까지 G70 1385대, G80 4만8236대, G90 1만4983대다.

특히 미국에서는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다. G80는 미국에서 올 들어 10월까지 총 1만3371대가 판매돼 미국 중형 럭셔리 차급에서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G80은 최근 미국 중고차 잔존가치 평가업체 오토모티브리스가이드(ALG)가 발표한 ‘2018 잔존가치상’ 평가에서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위를 기록한 아우디 A7 등을 제치고 해당 차급에서 최우수 잔존가치상을 받기도 했다.

G90도 올해 들어 10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3644대가 판매돼 벤츠 S클래스, 캐딜락 CT6, BMW7시리즈, 포르쉐 파나메라 등 고급차 브랜드 모델들에 이어 미국 대형 럭셔리 차급에서 점유율 7.3%로 5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추세라면 G90는 올해 연말까지 4000대 판매도 가뿐히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은 절반의 독립

제네시스가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일단 차종이 3종에 그치고, 그마저도 세단에 국한돼 있어 독립 브랜드로서는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2021년까지 대형 럭셔리 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등 모델 3종을 추가해 총 6종의 제품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향후 3년간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브랜드 독립의 성공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특히 SUV 시장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모델을 내놓는가가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시장에서 40%가 SUV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도심형 SUV를 원하고 있다”며 “포르쉐 카이엔, 마세라티 르반테처럼 제네시스도 SUV에서도 인기 모델을 내놓아야 명품 브랜드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가 현대차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한 것도 아니다. 브랜드 론칭 2년이 지났지만 제네시스는 여전히 기존 현대차 매장에서 판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독자적으로 판매하는 시점과 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다른 브랜드이기 때문에 결국엔 판매도 분리해야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분리 시점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현재 미국에서도 현대차 판매점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전시·판매하고 있다.

제네시스와 현대차의 분리 판매는 매우 예민한 문제다. 기존 영업소와는 이해관계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최근 미국에서는 그런 갈등이 있었다. 미국 자동차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현대차·딜러 간 회의에서 판매망 분리를 두고 회사와 딜러사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딜러들이 단체로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매체는 현대차가 제네시스 G90을 판매하는 미국 내 현대차 대리점 352개를 100개 정도로 줄이려 한다고 전했다.

브랜드 고급화를 위해 제네시스를 분리하려는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팔아 수익을 내던 딜러 간의 갈등은 국내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급 브랜드를 지향하는 제네시스 입장에선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 수밖에 없다”면서도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점에 제네시스 매장이 별도로 생긴다면 기존 현대차 영업소에는 고객의 발길이 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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