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살림을 거래와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국회

국민일보

[사설] 나라살림을 거래와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국회

“전문성·투명성 높이려면 예결위 상설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모든 예산심사 투명하게 공개해야”

입력 2017-12-06 17:25 수정 2017-12-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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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안이 6일 새벽 국회에서 통과된 과정을 보면 후진적 우리 정치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회의장석에 몰려가 삿대질을 해대고 고성과 막말이 난무하는 모습은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시간에 쫓긴 졸속 심사는 여전했고 견제는커녕 당리당략에 따라 밀실 야합해 예산을 주고받았다. 제1야당은 스스로 예산안 표결에 불참해 무책임과 무능의 극치를 드러냈다.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을 못 지켰다는 오점도 더했다.

내년 예산 428조8339억원은 정부 원안보다 1375억원이 순삭감됐다. 분배에 방점을 둔 문재인정부는 복지·일자리 예산을 늘리는 대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지난해보다 20% 삭감해 지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이 끼어들면서 SOC 예산이 14%만 줄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에만 혈안인 모습은 ‘쪽지예산’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정부 해석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한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늘려주지 않으면 “예산 합의를 통째로 깨겠다”며 담당 국장을 협박했다고 떠벌리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예산안 처리를 대가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등에 합의한 것은 야합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황을 담은 여당 의원의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공개됐으니 ‘짜고 치는 뒷거래’를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국가 재정이 거래와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한 현실이 안타깝다. 국민의당은 ‘위장 야당’이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번 예산안은 주먹구구도 이런 엉터리가 없다. 정부는 1만2221명 중앙공무원 증원안을 내면서 향후 재정 추계도 하지 않고 제출했다. 그런데 막바지 여야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한발씩 물러서 각각 9500명과 9450명을 제시하자 김동연 경제 부총리가 중간치인 9475명으로 하자고 해 이 숫자로 결정됐다고 한다. 국민의당은 “9500명은 반올림하면 1만명에 가까워 야당이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세금이 들어가고 미래세대에 두고두고 부담이 되는 공무원 증원을 어느 분야에, 몇 명 늘릴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한 해 나라살림을 심사하는 것은 대의기관으로서 국회의 중요한 의무다. 매년 예산안을 둘러싼 이런 적폐를 없애려면 예산안 심사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예결위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는 속기록을 남기고 있지만 정작 핵심 예산이 여야 수뇌부 간의 비공개 협상을 통해 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예산심사를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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