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삶] 검은 옷

국민일보

[색과 삶] 검은 옷

입력 2017-12-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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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패션. 게티 이미지 뱅크
요즘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입는 옷 색깔은 검정이다. 검은 옷은 개성이 강하고 유행을 덜 타는 측면이 있다. 졸업사진을 찍는 날엔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죄다 검은 옷을 입는다. 이유를 물어보면 남학생인 경우 카리스마 넘치기 때문이라고 하고 여학생들은 대부분 날씬해 보이고 피부가 돋보인다고 대답한다. 내가 지도하는 학생들 전공이 디자인이라 그런지 유독 검은 옷을 좋아한다.

검정은 강한 힘과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액세서리와도 잘 어울리는 등 매우 실용적인 색이다. 검정은 우아하고 현대적인 색이다. 고급 승용차나 세련된 선물 포장지도 검정이다.

옷 색깔은 사회규범과 아름다움 그리고 염색 기술이 접목된 독특한 문화 현상이다. 한때 계층을 구분하던 옷 색깔은 민주주의가 정착하면서 나이와 유행, 습관과 규칙을 다양하게 변주하는 생활용품이 되었다. 그래서 젊음과 자유의 바람이 거세지거나 경기 불황에는 젊은이들이 검은 옷을 즐겨 입는다. 조직폭력배가 입는 검정 양복만큼은 아닐지라도 일종의 반항의식이 작용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에서 지금처럼 일상복으로 검은 옷을 많이 입는 사례는 일찍이 없었다.

모든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검은 옷은 생존에 불리하다. 검은 옷은 생물체인 우리 몸이 받아들여야 할 빛 에너지를 차단한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어린이들이나 노인들은 검은색을 꺼리는지 모를 일이다. 나이 든 사람이 검은 옷을 입으면 더 늙어 보인다.

검정은 어둠이고 죽음이며 반항의 기질을 가진 색이다. 10대 중반부터 2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검정을 좋아한다. 사상이든 색깔이든 획일화는 위험하다. 세상에는 검정 말고도 아름다운 색이 넘쳐난다. 젊은이들이여, 제발 검은 옷에 집착하지 말기를.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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