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장윤재] 이름 없는 산타

국민일보

[바이블시론-장윤재] 이름 없는 산타

입력 2017-12-0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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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다가온다. 그런데 갈수록 성탄절은 예수님의 탄생과 무관한 축제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언젠가 영국의 버밍햄 시의회는 이런 세태를 반영하여 크리스마스라는 이름도 ‘윈터벌’로 바꾸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겨울을 뜻하는 윈터(winter)와 축제를 뜻하는 페스티벌(festival)을 합한 ‘윈터벌’(winterval)이었다. ‘돌 잔칫날 아이가 굶어 병이 난다’고 했던가. 이제 크리스마스에서 가장 힘들고 소외된 이는 아기 예수가 아닐까 싶다.

사실 크리스마스의 상업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산타클로스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오늘의 산타클로스가 있기 전에는 세인트 니콜라스가 있었다. 터키 태생 주교인 그는 중세시대 교인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누린 성인이다.

성 니콜라스의 축일인 12월 6일이면 착한 아이들은 이 성인에게 선물을 받았다. 네덜란드에서는 그를 ‘신터 클라우스’라 불렀고, 이 네덜란드인들이 미국에 이주해오면서 신터 클라우스가 오늘날의 산타클로스로 변한 것이다.

산타클로스가 처음부터 굴뚝을 통해 집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그것은 1822년 클레민트 무어 목사의 동화책에서부터이다. 그가 처음부터 빨간 옷에 빨간 모자를 쓴 것도 아니다. 1931년 추운 겨울 콜라의 판매량이 격감하자 코카콜라 회사가 산타클로스에게 따뜻한 색의 옷을 입히고 콜라를 마시게 한 다음부터이다. 매우 반짝이는 코를 가져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는 귀여운 루돌프 사슴 이야기 역시 1939년 시카고의 한 백화점 카피라이터가 고안해 낸 작품이다.

2017번째 예수님의 탄생일이 다가온다. 성경은 이 땅에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신 그 분 안에 생명이 있고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고 말한다(요한 1:4). 그래서 그가 탄생하신 밤은 ‘어둠에 묻힌 밤’이 아니라 영어 찬송가의 원문대로 “all is bright” 즉 ‘모든 것이 환하게 밝았던 밤’이었다. 하지만 생명의 빛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오늘 우리의 세계는 너무 어둡고 삭막하다. 올해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까.

미국에는 성탄절을 전후해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현찰 100달러씩을 건네는 ‘이름 모를 산타’가 있었다. 무려 30년이 넘게 자신의 고향인 캔자스시티에서 이런 선행을 실천에 옮겼다. 결국 기자에게 꼬리가 잡혀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그 계기를 조심스레 밝혔다.

가난한 조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누구보다 배고픈 고통과 서러움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20대 초반에 직장을 잃고 수중에 단 한 푼의 돈도 없어 열흘 동안 굶은 적이 있었다.

견디다 못한 그는 무조건 한 식당에 들어가 식사와 커피를 주문했다. 다 먹고 난 후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말할 참이었다. 정신없이 배를 채운 뒤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 손님이 몇몇 남아 있었다. 그들이 나가면 웨이터에게 말을 걸려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 때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옆에서 뭔가를 줍는 듯하더니 20달러짜리를 내보이며 ‘이걸 떨어뜨리셨군요’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웬 행운인가 싶어 황급히 식사 값을 지불하고 나왔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해보니 자신의 형편없는 몰골을 보고 처지를 파악한 식당주인이 ‘부끄러움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도움을 준 것임’을 깨달았다.

이후 사업에 성공한 그는 다시 그 식당을 찾아갔다. 이미 노인이 된 식당주인의 손을 잡고 ‘당신이 준 20달러는 1만 달러 이상의 선물이었다’며 1만 달러를 선물했다고 한다. 이후 매년 성탄절이 되면 거리에서 그리고 노숙자 보호소에서 선행을 베푸는 일을 평생 실천한 것이다.

자신을 독실한 크리스천이라 밝힌 이 ‘이름 모를 산타’는 이웃에게 베푸는 금액의 몇 배, 몇 십 배의 축복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며 다른 사람들도 주위 사람들에게 단 1달러라도 쥐어주는 기쁨을 누려보길 권했다. 이번 성탄절, 우리도 잠시나마 이런 ‘이름 없는 산타’가 되어보면 어떨까.

장윤재 이화여대 교목실장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