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름을 인정하는 공동선 회복을 향해

국민일보

[사설] 다름을 인정하는 공동선 회복을 향해

기독교 가치와 정의 구현에 앞장선 신문… 갈등과 대립의 중재자임을 자임한다

입력 2017-12-0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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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가 오는 10일 창간 29주년을 맞는다. 사람 나이라면 펄펄한 기세를 맘껏 떨칠 한창때다.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더불어 큰 탈 없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무엇보다 독자들의 지지와 성원 덕분이다.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여 인사드린다. 국민일보가 탄생한 1988년 당시는 격변의 시대였다. 1987년 6월 항쟁에서 비롯된 강렬한 변혁의 욕구는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다. 이른바 ‘87년 체제’는 기득권 세력의 수동혁명 탓에 미완의 성과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때의 민주화 열기가 사회 각 부문에 긍정적 변화의 바람을 불러왔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 일련의 흐름은 언론계에도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국민일보를 비롯한 신생 언론기관들이 속속 탄생, 다양한 입장을 수렴하고 표출하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언론지형에 새 판이 짜였다.

국민일보는 단순히 또 하나의 언론은 아니었다. ‘성경을 통해 기독교 세계관의 가치를 구현하고 공의로운 사회 건설에 앞장서는 빛과 소금’이라는 창간 목적은 신문의 도드라진 가치를 함축하는 동시에 지향점을 제시했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종합일간지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었다. 국민일보는 지난 29년 동안 이런 각별한 소명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감히 자부한다. 한국교회를 격려하고 응원했으며 때로는 따끔한 질정(質正)을 아끼지 않았다. 교회를 침탈하려는 이단의 공격에 대해서는 교계를 결집해 단호히 맞섰다. 특히 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는 다채로운 행사와 기획 기사 등을 통해 ‘오직 성경으로’라는 보수적 관점의 신앙고백과 ‘신앙의 공공성 확대’라는 진보 기독교의 입장을 균형 있게 담으려 애썼다. 소금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자세로 사회의 불의에 대해서는 매섭게 나무라며 바로잡았다. 억눌리고 소외된 자들을 대변하는 기사는 자주 타 신문을 압도했다. 기자들의 노고가 녹아든 숱한 특종기사들은 여러 수상 실적으로 보답 받았다. 스스로의 평가와 달리 독자들이 보기엔 마뜩잖은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더욱 분발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올린다.

창간을 자축하는 심사가 편치만은 않다. 공기(公器)로서 청년 언론이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무겁다. 정치와 경제, 외교와 안보, 사회와 문화 등 우리를 짓누르지 않는 분야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촉발된 지 1년이 지났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에 접어들었음에도 여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새로운 나라를 바랐던 촛불의 요구에 대한 공명보다는 ‘청산’과 ‘보복’의 간극을 둘러싼 반목과 질시가 당겨진 활 시위마냥 팽팽하다. 생각과 선호의 차이가 다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합의를 향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기대감은 갈수록 실낱같다.

나라살림이 점점 커지고 대기업의 금고는 차고 넘치면서 지표상의 경제는 성장을 구가한다. 그러나 서민의 살림살이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좁혀지지 않는 양극화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적 격차를 강화시키고 문화적 통합력을 훼손시켜 불안과 분노의 시대를 만든다. 민주주의 약화와 사회적 비용 부담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음에도 사회적 논의는 미진하다. 걸핏하면 이념이 끼어들어 의제의 본말을 전도시킨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데올로기는 우리 사회의 모든 담론을 양분화시켜 갈등과 분쟁을 증폭시킨다. 악화일로의 청년실업은 청년 문제를 넘어 국가적 난제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챙긴다고 하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다. 외환위기를 겪은 부모세대와 청년실업에 직면한 자녀세대의 아픔이 중첩되면서 ‘중산층의 이중 위기’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계층 이동이나 신분 상승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심화되는 저출산·고령화는 미래에의 낙관을 가로막는다. 단선적 처방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시스템을 혁파하는 근본적 치유책이 시급한 사안이다. 경제가 결과적 효용에만 초점을 맞추면 정치는 그 과정에 개입해 공적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러나 정치의 역할은 늘 제한적이다. 가능성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정치임에도 오히려 그것을 차단하는 당리당략이 자주 목격된다. 김정은의 무모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발성은 한반도 위기 가능성을 높인다. 우리의 운명이 자발적 주권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좌우될 정도로 무기력한 것이 오늘날 한국 외교의 서글픈 현실이다.

환경이 비관적이더라도 좌절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것은 후손들에 대한 우리의 책무다. 국민일보가 한 축을 담당하겠다. 무엇보다 갈등과 대립의 중재자이자 화해자가 될 것을 자임한다. 성경은 원수마저 용서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대한민국 전반을 압박하고 있는 다툼을 가라앉히고 상생의 길을 찾는 데는 ‘사랑 진실 인간’이란 사시(社是)를 실천하는 국민일보가 적격이다. 이를 위해 공동선 회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공동선은 많은 사회 구성원이 기여해 만든 공동체의 핵심 가치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교양시민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으로 꼽았다. 공동선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공감의 확충에서 완성된다. 소통의 시작이자 끝인 공감은 그 자체로 불화를 다독이고 강력한 화해와 치유의 힘을 갖는다. 국민일보는 이 같은 정서를 바탕으로 한국사회를 바꿔나가는 데 앞장설 것임을 확약한다. 이는 우리 모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좋은 삶’을 향한 도정이라고 믿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다.

20여일 후면 2018년 새해다. 내년은 국민일보 창간 30주년이다. 공자는 나이 서른을 홀로 설 수 있는 ‘이립(而立)’이라고 했다. 흔들림 없이 자기의 굳건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일보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다짐이 흔들리지 않고 이뤄질 수 있도록 독자들의 무한한 격려와 응원을 기대한다. 독자와의 신뢰를 깨지 않기 위해 국민일보 구성원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모든 바람이 이뤄지기를 하나님께 기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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