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0년 만에 법적 조치 마무리… 종교인 과세 시행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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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50년 만에 법적 조치 마무리… 종교인 과세 시행만 남았다

입력 2017-12-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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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의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졌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재입법안이 마침내 국무회의를 통과함으로써 과세를 위한 법적 조치는 일단 마무리됐다. 이로써 지난 50년간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종교계, 정부, 학계, 시민단체 사이에 벌어졌던 숱한 논란은 적어도 제도적 측면에서의 합의에 도달한 셈이다.

하지만 종교계는 법과 시행령에 담긴 내용이 종교자유와 정교분리를 훼손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고, 일부 시민단체는 “종교 특혜를 합법화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가 내년 1월부터 일단 시행은 되겠지만 헌법소원, 법령 재개정 등 제도적 수단에서부터 조세저항 등 앞날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씨는 ‘종교’와 ‘세금’이라는 민감하고도 파장이 큰 사안을 과세 당국과 종교계 모두 너무 준비 없이, 그리고 졸속으로 처리한 데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한다. 거의 반세기 동안 논의해 왔고, 법제정 뒤에도 2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주어졌음에도 졸속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싶겠다. 하지만 과세 당국과 종교계가 솔직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게 불과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던 속사정을 알면 수긍이 갈 것이다.

과세 당국은 종교를 너무 몰랐다. 조세행정에서 쌓은 노하우로 충분히 종교인 과세 문제를 헤쳐나가리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임하다 보니, 한때 35가지에 달하는 ‘개신교 세부과세기준안’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과세 당국이 근로소득세를 기준으로 이를 준비한 것은 분명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종교활동비를 종교인소득으로 간주하고 과세하려 한 것이다.

준비가 소홀한 것은 종교계도 마찬가지다. 종교인과세법이 오래전 통과되었지만 여전히 그 자체를 종교탄압으로 몰아붙이면서 자진납세를 주장하거나, 국민여론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거의 없는 ‘2년 유예안’에 집착한 나머지 종교인과세법에 담긴 종교자유 침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리멸렬하던 기독교가 모처럼 힘을 모아 ‘종교인 과세 공동 TF’를 구성하고 늦게나마 법적, 논리적 대처를 한 것이다.

결국 종교인과세법의 독소조항으로 꼽히던 종교활동비 과세안을 바꿔 비과세 항목으로 명시하고, 이를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을 어렵게 합의해서 시행령 개정안에 담았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일부 시민단체를 앞세운 기독교 음해세력들은 “정부가 기독교에 무릎을 꿇었다” “지하경제의 온상 종교활동비를 규제하라”는 등 자극적이고 모욕적인 선동을 서슴지 않았다. 청와대를 압박해 결국 국무총리로 하여금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재입법안을 지시하게 만들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종교활동비 비과세 원칙을 유지하되 종교활동비 중에서 종교단체가 공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하지 않는 비용은 총액을 신고하도록 재수정했다. 종교활동비를 목회자 주머니에 넣어 쓰지 않고 교회가 공적으로 관리하는 한, 비과세와 세무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원칙은 그대로 유지된 게 그나마 다행이다.

어쨌든 국세청 시계는 돌아가고 있고 새해가 되면 과세가 시행된다. 이제 공은 종교계로 넘어왔다. 그렇다고 내년 1월부터 당장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원천징수하지 않으면 최대한 2019년 3월 지급명세서 제출기한까지는 가만히 있어도 문제가 없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어떻게 할지는 천천히 생각해보자.

서헌제(교회법학회장·개신대학원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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