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너머 동해에 붉은 희망이 솟는다

국민일보

백두대간 너머 동해에 붉은 희망이 솟는다

경강선 KTX 타고 떠나는 새해 일출 여행

입력 2017-12-27 21:49 수정 2018-01-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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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의 일출 명소인 소돌항 아들바위공원 기암괴석 사이로 오메가(Ω) 형상의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해변을 찾은 여행객들이 일출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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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의 삼양목장에서는 특별한 새해 해돋이를 볼 수 있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정상 부근에 줄을 지어 서 있는 해맞이 차량이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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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하늘목장의 장엄한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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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명소인 강릉 정동진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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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개통한 경강선 KTX(위 사진). 전통가옥 선교장(아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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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마지막 날 동해 일출 명소는 인기다. 새롭게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한 해를 설계하려는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교통체증 때문에 가는 과정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거 강원도 강릉은 서울에서 자동차로 3시간 이상은 족히 걸렸던 곳이다. 연말연시나 여름 성수기만 되면 서울 시내 출퇴근길을 옮겨놓은 듯한 차량 행렬로 고속도로에서 7∼8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다. 소요시간을 종잡을 수 없으니 동해는 멀게만 느껴졌다.

체증이 덜한 열차를 이용하더라도 무궁화호를 타면 5시간 이상 가야 했던 여정이다. 청량리역에서 충북 쪽으로 내려간 뒤 강원도 태백을 거쳐 다시 올라가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달라졌다. 지난 22일 개통한 경강선 KTX가 동해를 일상 곁으로 끌어왔다. 서울과 강릉을 1시간 50분대에 연결한다. 해가 늦게 뜨는 요즘에는 청량리역에서 오전 5시32분 출발하는 열차에 몸을 싣고 강릉역에 도착하면 오전 7시 8분. 2018년 1월 1일 강릉 일출 시각은 오전 7시40분이라고 하니 조금만 서두르면 아름답게 떠오르는 새해 일출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느긋하게 강릉의 바다를 당일치기로 즐기고, 교통체증을 피해 새해 일출 여행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경강선 구간의 신설 역은 횡성, 둔내, 평창, 진부역이다. 이 가운데 일출을 보기에 좋은 곳을 찾아가려면 진부역에 내리면 된다. 백두대간 선자령에 삼양목장과 하늘목장이 있다. 두 곳 모두 일출을 감상하기에 좋다. 진부역에서 시간제 차량 대여 서비스(KTX-딜카)나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다.

특별한 새해 해돋이를 보려면 삼양목장이 제격이다. 삼양목장은 삼양식품그룹의 계열사인 삼양축산이 소유한 목초지다. 1972년 개간이 시작됐다. 소황병산 정상에서 대관령 쪽으로 이어진 해발고도 850∼1470m의 고산 유휴지를 초지로 만들기 위해 많은 난관을 뚫고 1985년에 완성했다.

2011년부터 소들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기르고 자연 그대로의 제품이 사람에게 가장 이롭다는 믿음으로 유기축산을 시작했다. 광활한 유기 목초지는 소들에게 맛있는 식탁, 건강한 놀이터, 그리고 안락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삼양목장 북동쪽 끝에 승용차로 오를 수 있는 동해전망대(1140m)가 있다. 특히 1월 1일에는 삼양목장 정상까지 개인 차량의 운행을 허용한다. 입장 시간은 평소 오전 8시30분이지만 1월 1일에 한해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입구에서 입장료(어른 9000원, 어린이 7000원)를 내면 선착순 1000명에게 컵라면, 스낵 등 간단한 먹을거리와 핫팩을 준다. 정상까지는 자차로 이동한다. 비포장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상이다. 이곳에 서면 강릉 일대와 동해안 풍경 등 주변 경관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장엄한 일출 광경을 차 안에서 추위에 떨지 않고 볼 수 있다. ‘바람의 언덕’ 꼭대기에 일렬로 주차돼 있는 해맞이 차량도 이색적인 볼거리다.

인근 하늘목장(옛 한일목장)도 어렵지 않게 일출을 볼 수 있는 명소다. 하늘목장은 월드컵경기장 500개에 달하는 약 1000만㎡ 규모로 조성됐으며 V자 형태로 선자령과 맞닿아 있다. 2014년 9월 개방된 하늘목장은 말, 염소, 양 등과 어우러져 자연을 직접 체험하는 국내 최초의 ‘자연순응형’ 체험목장으로 변모했다.

하늘목장은 선자령 해맞이 패키지를 선착순 200명에게 한정 판매한다. 하늘목장에 내년 1월 1일 오전 6시까지 입장한 뒤 트랙터마차를 타고 하늘마루 전망대에 올라 선자령까지 트레킹해 동해안, 백두대간, 풍력발전기, 일출을 한눈에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카나리하우스 음료 이용권도 포함된다. 패키지는 하늘목장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당일 매표소에서 1만1000원을 내고 패키지권을 구매하면 된다.

경강선의 종착역 강릉에는 해돋이 명소가 널려 있다. 가장 이름난 곳이 정동진역.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이 역은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해졌다. ‘모래시계 소나무’로 이름을 바꾼 ‘고현정 소나무’와 정동진 시비, 정동진 표지석 등이 아담한 역사 분위기와 어우러져 드라마의 감동을 재현한다.

정동진역 옆에 있는 굴다리를 지나면 정동진해변이다. 해변 끝 암벽 위에 덩그러니 올라앉은 거대한 크루즈(썬크루즈리조트)가 유별나지만 해돋이의 장엄함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넓은 모래사장과 끝없는 수평선은 눈을 깨끗하게 만들고 파도소리는 귀를 맑게 한다.

요즘 일출명소로 뜨고 있는 곳이 주문진해변 남쪽에 위치한 소돌항 아들바위공원이다.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고, 바람과 파도가 깎아놓은 기기묘묘한 바위까지 놓여 있어 해돋이가 황홀하다. 긴 코를 늘어뜨린 코끼리 바위를 비롯해 독수리 부리를 닮은 바위 등 각양각색의 바위들이 한데 모여 조각공원을 이뤘다. 높게 솟은 전망대도 있다. 태양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른 갈매기도, 때맞춰 넓은 바다로 향하는 고기잡이배도 붉은 빛으로 물든다.

바다 쪽에 울퉁불퉁한 형상의 ‘아들바위’가 있다. 바다 속에 잠겨 있다가 1억5000만년 전 지각변동으로 지상에 솟아오른 바위다. 자식 갖기를 간절히 원하던 이가 이 바위에 기도를 한 뒤 아들을 얻었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 올해 초 인기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급부상한 영진해변의 주문진방사제와 주문진수산시장이 있다.

아침 첫차로 도착해 멀리 가기 부담스러우면 가까운 안목해변을 찾아가자. 일출을 본 뒤 편히 앉아 바다 풍광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커피거리에 카페들이 이어져 있다. 내부에서 직접 커피를 볶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카페, 연탄 모양의 빵을 파는 카페 등 각자 개성을 살린 곳이 많다.

여행메모
오죽 한옥마을·선교장에서 한옥스테이
해수로 간 맞춘 초당순두부 고소·담백


경강선 KTX는 서울∼강릉 간 편도 기준 주중 18회, 주말 26회 운행한다. 서울역 출발은 주중·주말 각 10회, 청량리역 출발은 주중 8회, 주말 16회다. 상봉역은 주중 9회, 주말 13회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내년 2월 한 달 동안 편도 기준 총 51회로 증편된다. 서울∼강릉 114분(2만7600원), 청량리∼강릉 86분(2만6000원) 소요된다. 진부∼강릉은 16분 걸린다.

강릉 오죽헌과 마주한 ‘강릉 오죽 한옥마을’(033-655-1117∼8)은 국악, 전통놀이, 다도 등 전통 문화체험과 함께 숙박도 할 수 있다. 팔작지붕과 맞배지붕, 대청마루와 누마루 등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숙박시설은 34동 51실 규모다. 내부는 현대식 화장실과 방음·방한효과가 뛰어난 이중창을 설치해 한옥의 단점을 보완했다.

전통가옥 선교장(033-648-5303)에서도 한옥스테이를 통해 조선시대 선비들의 숙박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선교장은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이 지은 99칸 저택이다. 전형적 사대부 상류주택으로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 제5호다. 현재도 후손들이 거주하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강릉은 초당순두부로 유명하다. 허균·허난설헌의 아버지인 허엽이 조선시대 강릉부사로 재직 시절 바닷물로 간을 맞춰 만든 두부가 부드럽고 깊은 맛으로 유명해지자 사람들이 허엽의 호인 초당(草堂)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줄지어 늘어선 가게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의 두부음식을 판매한다. 초당할머니순두부(033-652-2058)는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났다. 순두부백반 8000원.

평창·강릉=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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