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짙푸른 낭만이 숨쉰다… 뭇 사람 추억 쌓는 강릉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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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 짙푸른 낭만이 숨쉰다… 뭇 사람 추억 쌓는 강릉 해변

입력 2018-01-0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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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 정동진역에서 삼척역까지 운행하는 바다열차. 눈이 시리게 끝없이 펼쳐지는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이 낭만과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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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향해 좌석이 배치된 바다열차서 본 동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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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드라이브코스인 헌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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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는 어느 계절보다 짙푸르다. 눈이 시리게 끝없이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이 낭만과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차가운 바람 따라 철썩거리는 파도에 심신을 짓누르는 무거운 부담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강원도 강릉의 겨울바다 운치는 특별하다. 열차 속에서 동해를 따라 이어지는 절경을 즐기고, 바다가 손에 닿을 듯한 해변을 걸으며 온몸으로 겨울바다를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해안길을 드라이브하며 동해의 거친 파도가 건네는 격한 인사를 마주하게 된다.

낭만과 추억을 떠올리려면 국내 유일의 바다 경관 조망 관광열차인 바다열차를 타야 한다. 2007년 8월 첫 운행을 시작한 뒤 명실상부한 최고의 관광열차로 등극했다. 동해안의 명소를 지나는 데다 객실 내 전 좌석을 측면으로 배치해 넘실거리는 바다를 정면으로 품을 수 있다.

바다열차는 4량으로 구성돼 있다. 1·2호차는 각각 30석·36석의 특실과 3실의 프러포즈룸(2인 1실)으로, 3호차는 6석(4인 1석)의 가족석과 각종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석으로, 4호차는 42석의 일반실로 꾸며져 있다. 극장식 좌석에서는 시원하게 펼쳐진 동해를 조망할 수 있다.

인테리어 역시 화려하다. 잠수함과 역동적인 돌고래가 표현된 외관과 고급스러운 요트와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조명으로 꾸며진 내부의 모습은 바다여행의 멋을 살리기 충분하다. 고급스러운 원목의 스낵바에서는 열차 내 먹거리와 지역 특산품까지 즐길 수 있고, 바다를 비롯, 다양한 트릭아트로 꾸며진 포토존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고객의 사연이 담긴 음악방송은 아날로그 감성을 되살려주고, 승무원과 함께하는 빙고게임 등 고객참여형 이벤트는 열차 내 흥겨운 분위기를 돋워준다.

정동진역에서 출발하는 바다열차는 안인진역을 거쳐 삼척까지 운행한다. 과거 강릉역에서 출발했지만 경강선 KTX 개통을 위해 2014년 9월부터 출발역이 정동진역으로 바뀌었다. 대신 안인진역까지 왕복하기 때문에 노선은 정동진역∼안인진역∼정동진역∼묵호역∼동해역∼추암역∼삼척해변역∼삼척역이다. 56㎞ 거리에 1시간 20분가량 소요된다.

열차가 출발하면 커다란 창 너머로 에메랄드빛 바다와 황금빛 백사장이 펼쳐진다. 해송과 철조망이 이어진다. 터널에 들어서자 열차 안은 우아한 조명이 켜져 창밖을 대신한다. 다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자 큰 군함이 창으로 들어온다. 정동진∼안인진역 구간은 열차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비경을 펼쳐놓는다.

안인진역에서 회차한 열차는 다시 정동진역을 거쳐 남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명사십리로 유명한 망상해수욕장을 지나며 고운 모래사장이 차창 가득 들어온다. 바다는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한다. 역사 대신 승강장과 선로 하나가 단출한 간이역 추암에 내리면 바닷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골목길을 걸어 다리를 건너면 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 등장하는 촛대바위가 아찔하게 서 있다.

추암역에서 터널 하나를 지나면 붉은 카펫을 연상시키는 승강장이 이채로운 ‘삼척해변역’이다. 삼척해변역에서 바다와 이별한 열차는 오십천철교를 건너 종착역인 삼척역에 다다른다.

지난 18일부터 운행시간이 일부 변경됐다. 출발시각은 정동진역에서 오전 10시10분, 오후 1시38분이고 삼척역에서는 오전 11시53분, 오후 3시45분이다. 주말아침열차는 정동진역 오전 6시49분, 삼척역 오전 8시37분이며 1월 6·7·27·28일에는 추가운행된다. 특히 1월 8∼21일은 전혀 운행되지 않는다.

눈으로 보는 바다를 즐겼다면 이번엔 두 발로 걷는 바닷길에 도전해 보자. 정동진은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기도 하다. 정동진해변 썬크루즈리조트에서 심곡항까지 약 2.86㎞ 구간의 해변을 따라 길이 조성돼 있다. 2300만년 전 형성된 해안단구 지역이라 깎아지른 기암과 해안절벽이 함께 한다. 해안으로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는 웅장한 바다 교향곡을 선사하고 단단한 바위에 시원하게 부딪친다. 편도로 돌아볼 경우는 썬크루즈리조트 주차장을, 출발 장소로 원점회귀하려면 심곡항을 들머리로 하는 것이 낫다.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철재 구조물로 만들어진 탐방로 아래로 파도가 넘실댄다. 마치 바다 위를 걷는듯하다. 투구를 쓴 장수의 모습을 닮은 투구바위, 부채를 펼쳐놓은 듯한 모양의 평평한 부채바위 등 기암괴석이 수시로 고개를 내민다. 가까이서 마주한 동해의 비경은 열차 안에서 바라본 것과는 전혀 다른 감동으로 긴 여운을 남긴다.

바다부채길 심곡항에서 비경을 품은 환상의 드라이브코스가 이어진다. 강릉 헌화로다. ‘삼국유사’에 실린 ‘헌화가’의 배경이 이곳 풍경과 유사해서 얻은 이름이다. 심곡항에서 금진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은 한쪽엔 아찔한 해안 절벽, 다른 쪽엔 탁 트인 바다를 끼고 달리는 동해안 최고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금진해변은 길이 900m에 백사장이 넓고 아늑하다. 경포해변이나 정동진해변처럼 북적이지 않아 조용하다. 몇 해 전부터는 서퍼들이 하나둘 모여 서핑 스쿨과 숙소, 카페 등이 생겼다. 동해고속도로 옥계나들목에서 5분 만에 만날 수 있다.

강릉=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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