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사자성어로 보는 세태와 교회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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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사자성어로 보는 세태와 교회의 과제

입력 2017-12-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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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 되면 교수신문은 그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교수들의 중지를 모아 선정한 사자성어는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아우르는 당대의 현안을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올해도 교수신문은 전국 1000명의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34%의 교수가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 깨뜨릴 파(破), 간사할 사(邪), 나타날 현(顯), 바를 정(正)으로 구성된 이 사자성어는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개혁운동 500주년을 맞은 교회에 있어서 이 사자성어는 우리의 역사적 뿌리를 환기시킬 뿐 아니라 우리시대 교회개혁의 과제를 일깨워주는 경종이기도 하다.

파사현정에 이어 ‘해현경장(解弦更張)’이 2위에 올랐다고 한다. ‘거문고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으로 2016년에 선정된 사자성어 ‘군주민수(君舟民水)’와 맥을 같이하는데, 후자는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촛불민심을 빗대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인데, 물이 배를 뜨게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역시 우리시대 교회개혁의 과제와 무관하지 않을까 싶다.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시고 본체(몸)는 신앙공동체를 형성하는 성도들이다. 교황청과 성직자들이 배타적 권력 집단이 되어 무도한 중세 암흑기를 연출했던 적폐를 청산하고 성경이 말하는 참다운 교회, 즉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몸을 회복하기 위한 위대한 개혁의 과정이 우리 시대에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해현경장’을 추천한 고성빈(제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의 혼란스러움이 정리되고 출범한 새 정부가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고 바르게 운영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사자성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한다.

비정상이 정상처럼 치부되는 총체적 난국이 어디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뿐이랴. 2017년 내내 우리 얼굴을 들지 못하게 했던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사자성어의 적용범위를 ‘종교’까지 확산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셈이다.

교수들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서 민심을 반영하는 사자성어들을 내놓고 있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직장인 1372명과 구직자 389명을 상대로 2017년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하는 사자성어를 물었는데 ‘일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의미의 ‘다사다망(多事多忙)’이 선정된 데 이어 ‘각각 제 살 길을 찾는다’는 뜻의 ‘각자도생(各自圖生)’과 ‘말라죽은 나무와 재처럼 소망이나 의욕이 없음’을 가리키는 ‘고목사회(枯木死灰)’가 뒤를 이었다.

참된 안식과 소망의 산실이어야 할 교회가 복음적 본질에서 벗어나 분주한 종교활동으로 성도들을 소진시키는 오늘날의 교회를 떠올리게 만든다. 공동체가 해체되는 대형화 추세에 절망한 성도들이 대거 제도 교회를 떠나 영적 각자도생을 추구하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 현상의 가속화가 현대교회가 풀어야 할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2017년은 한국교회가 파송한 선교사 수의 증가가 멈춘 해다. 1970년대 중·후반 선교운동이 시작된 이래 초유의 일이다. 한국선교는 한국교회의 산물이니, 성도들 특히 젊은이들이 현저하게 제도교회를 떠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선교적 제자리걸음은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가 당면한 개혁과제를 생각할 때, 선교사 수가 증가하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지 싶다. 얼마나 많은 선교사를 보내고 얼마나 큰 선교 외형에 투자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선교사들을 보내는 교회가 얼마나 건강하고, 파송된 선교사들이 어떤 질의 복음을 세상에 퍼뜨리는지가 훨씬 중요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회복된 교회가 바른 복음을 세상에 확산하는 새해를 기대해본다.

정민영(성경번역선교회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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